청나라때 부터 유명세 떨친 차 브랜드
개화기 대신 임칙서의 병 고쳐 유명세
[서울=뉴스핌] 김경동 기자 = 중국의 차(茶)는 대부분 따뜻하게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통 브랜드 ‘왕라오지(王老吉)’는 ‘차갑게 마시는 차’라는 의미의 ‘량차(凉茶)’라는 컨셉트를 강조, 중국 음료시장을 석권하며 국민음료로 자리잡았다.
왕라오지 매장 모습[사진=바이두] |
전통적인 량차는 차엽이나 약제를 사용하여 만들기 때문에 열을 가라앉히는 효과는 있지만 쓴 맛이 나서 대중적인 시장 개척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왕라오지는 달콤하게 마실 수 있게 개발해 일반 탄산음료나 과일음료, 주스 등과 경쟁하면서 꾸준히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왕라오지는 청나라 도광제(道光帝) 1828년에 ‘시원한 차’라는 의미의 ‘량차’의 시조로 불리는 왕쩌방(王澤邦)이란 인물이 만들었다. 왕라오지는 본초의 식물 재료를 배합하여 만든 것으로 량차의 왕으로 불린다. 왕라오지 제품은 물그릇에 담는 량차에서 티백, 분말가루, 음료 등의 형태로 변화했다.
1839년, 도광제 시대의 대신 임칙서(林則徐)는 담배를 끊은 후 하루 종일 고단한 시간을 보내다가 더위를 먹고 기침을 심하게 했다. 측근이 명의를 불러 처방을 내렸는데, 약을 복용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병세가 날로 심해져 주변 사람들을 초조하게 했다.
후에 어떤 사람이 소문을 듣고 왕라오지를 찾아 가 약을 받아왔는데 약효가 뛰어나 병이 완쾌됐다. 그러자 린쩌쉬는 그를 찾아가 감사의 인사를 하고 이름과 어떤 약인지를 물었다. 왕쩌방은 "모두가 저를 왕라오지라고 부르는데 대신 어른을 치료한 것은 값싼 몇 가지 약초일 뿐입니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이에 임칙서는 감탄을 하며 "약에는 귀천이 없다. 값싼 약초라면 가난한 백성이 더 큰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약을 끓여 차를 만들고 사람들이 언제든지 마셔 병들지 않고 병을 예방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라고 말했다.
이에 왕라오지는 듣고 나서 깨달았다. 이듬해, 왕라오지는 손님들이 편리하게 들고 다닐 수 있게 량차 티백과 량차 분말가루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왕라오지는 한때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임칙서는 큰 구리 표주박 위에 ‘왕라오지’라고 글자를 새겨 왕쩌방에게 줬다.
한약 맛이 느껴지는 왕라오지는 국화, 감초, 선초, 금은화, 하갈초 등 7가지 상등초 재료를 배합해 만든 것이다. 왕라오지는 중의학적으로 확실한 효능을 검증 받아 건강 기능성 음료로 자리잡았다. 또한 현대과학 연구에서 왕라오지 량차는 바이오 플라보노이드(vitamin P) 등의 천연성분이 함유되어 열을 가라앉히고 해독하여 열이 오르는 것을 방지하고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검증됐다.
지난 2017년 12월 ‘국가863프로젝트연구’ 보고에 따르면 왕라오지를 마시면 수명이 10% 연장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으나 네티즌들에게 연구의 진실성과 과학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당시 이 연구는 쥐의 샘플을 3년간 안전성 시스템연구를 진행한 결과 왕라오지를 복용한 쥐의 생존 기간이 708.2일이었으나, 일반 쥐는 675.1일이었다. 당시 업계에서도 논쟁이 많았지만 왕라오지는 이를 근거로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며 장기적으로 복용할 경우 수명 연장에 좋다고 홍보했다.
현재 왕라오지는 제약회사인 바이윈산(600332.SH)의 강력한 대표 브랜드가 됐다. 바이윈산은 중국의 의약자원이 풍부한 대형 제약기업으로 주로 화학방제약인 진거(金戈)와 왕라오지가 대표 상품이다. 바이윈산은 2018년 12월 27일, 공지를 통해 13억 8900만위안의 비용을 들어 광야오그룹(廣藥集團)이 보유하고 있는 '왕라오지' 관련 420개 항목에 대해 5년간 상표전용권을 양도받았다고 전했다.
왕라오지 관련 420개 항목에 대한 자산평가 가치는 83만 9100위안이었지만 상표전용권 양도 비용으로 13억 8900만위안의 비용을 지불한 것은 1655배 이상의 가치를 인정해 준 것이다. 왕라오지의 현재 시장점유율이 70%에 이르며 작년 매출은 94억 8700만위안으로 전년 대비 10.66%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서 올해 영업실적이 630억위안 이상될 것이라고 밝힌 바이윈산은 왕라오지의 국제화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윈산의 리추위안(李楚源) 회장은 “왕라오지는 시장점유율과 가격에 있어서 경쟁력이 있다. 금년 왕라오지는 국제화에 힘을 쏟을 것이다. 작년 뉴욕에 왕라오지박물관을 건립했는데 금년에는 도쿄에 왕라오지박물관을 세울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바이윈산의 왕라오지(좌)와 자뚸바오의 왕라오지 캔 음료[사진=바이두] |
최근 ‘왕라오지’ 브랜드 논쟁에 휩싸였다. 왕라오지 브랜드 소유권자인 광야오그룹은 지난 9년 전부터 자뚸바오(加多寶)와 상표권 침해, 외관설계 침해, 광고 문구 및 부정경쟁 문제 등으로 법정 소송 중에 있으며, 이미 상호 기소한 안건은 20여개에 이른다. 자뚸바오는 현재 기존 왕라오지와 맛이 유사하고 외관 모양도 비슷한 빨간 캔 위에 ‘왕라오지’라고 쓰고, 다른 한쪽에는 ‘자뚸바오’라고 표기해 판매하고 있다.
hanguogeg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