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여섯 번째 '타이틀매치'의 주인공은 김홍석과 서현석이다. 개념 미술가 김홍석과 다원예술가 서현석의 끊임없는 미학 대화가 전시장에서 펼쳐진다.
김홍석, 불완전한 질서개발(의지), 2019, 혼합재료,(H) 100~140cm [사진=서울시립미술관] |
서울시립 북서울관의 대표 연례전인 '타이틀매치'는 개성이 강한 두 작가가 한 전시에서 조화와 충돌을 통해 어떻게 시너지를 이끌어내는지 보여주는 전시다. 올해는 '2019 타이틀 매치 김홍석 vs. 서현석 미완의 폐허'라는 전시명을 내걸었다.
두 작가는 사회에서 미술 행위에 대한 탐색을 보여준다. 김홍석은 '인간질서' 프로젝트에서 '미완'에 대한 해석을, 서현석은 '먼지극장'이라는 시리즈 작품으로 '폐허'가 된 미술관 공간을 비추며 이를 주인공 삼아 공간의 물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김홍석_인간질서(노동법, 예술, 사랑을 위한 책상)(서예, 공과금 정리, 자녀를 위한 책상), 2019, 혼합재료, 가변크기 [사진=서울시립미술관] |
김홍석 작가는 "서현석 작가와 공통점이 많다고 본다. 각자 키워드를 갖고 오는 날 서현석이 ‘폐허’를 내밀었다. 저와 맥이 같았다"면서 "제 작업이 미완성에 대한 거다. 서현석은 모더니즘의 ‘폐허’인데 궁극적으로 미완성이란 개념이다. 완성이라는 개념의 전제조건이 한국적 모더니티를 바탕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홍석은 '인간질서' 프로젝트로 관습적인 '미'에 대한 개념을 깨부순다. '완전함' '완성' '질서'에 대한 의심을 '미완성' '불안전함'으로 치환해 미술활동의 범주에 대한 경계를 드러낸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2일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된 2019 타이틀 매치 김홍석vs서현석 '미완의 폐허' 간담회에 김홍석과 서현석 작가가 참석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있다. 2019.07.02 89hklee@newspim.com |
전시장 벽면은 익히 볼 수 있는 흰색이 아닌 회색과 그보다 더 진한 흑회색이다. 이 역시 벽면을 가득채우지 않은, 우리가 흔히 일컫는 '미완성'의 형태다.
또 주인을 잃은 '책상들'을 모아 전시했고, 상태가 변하기 때문에 미술작품으로 완성을 인정받기 힘든 사과로 탑을 쌓아 전시했다. 고정적이지 않은 속재료로 주로 쓰이는 스티로폼과 3D 프린터를 동원한 조각상 24점도 볼 수 있다.
김홍석, 인간질서(사과탑), 2019, 혼합재료, 스테인리스 스틸 사이즈,95x95x(H)110cm [사진=서울시립미술관] |
김홍석 작가는 "완성이라는 개념 자체를 비틀었다. 미완성 자체가 완성일 수 있다는 소극적인 저항이다. 저에게는 큰 의미지만 큰 화두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미술, 소위 미술 자체가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하느냐 많은 생각을 해봤다. 쉽진 않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건 즉각적인 것과 정반대다. 아주 유쾌하거나 재미있게 시작하지 않았다. 현대미술이 가야할 것을 고민했다"고 언급했다.
서현석, 먼지극장1, 2019, VR영상, 20분 [사진=서울시립미술관] |
서현석 작가는 '폐허'야말로 형식이 없는 상태이며 형식을 거부하고 형식으로부터 벗어난 상태로 봤다. 그래서 '먼지극장'에서는 퍼포먼스, 영상, 노래, 낭독 등의 형태를 통해 장소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먼지극장'에서는 예술의 이상을 상실한 상황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이 폐허가 된 것으로 가정해 VR 영상으로 조망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숨겨진(?) 공간인 풍동실에 서현석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어둡고 사람의 흔적이 묻어나지 않는 이 풍동실에는 적막이 흐른다. 콘크리트 내벽에 전선이 그대로 노출된 조명이 설치된 이 곳에서는 성가를 부르며 나타나는 소녀(안연우)의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소녀의 청아한 목소리는 공간을 가득 메운다. 소박한 걸음과 사라졌다 나타나는 소녀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풍동실에서 진행되는 서현석의 먼지극장 퍼포먼스 5 영상 자료. 2019.07.02 89hklee@newspim.com |
상시에는 영상으로 관객과 만난다. 퍼포먼스는 6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와 3시 진행되며 미술관 홈페이지 인터넷 접수 후 회당 선착순 20명만 관람 가능하다.
이후 전시장에는 작은 창 사이로 보이는 천사의 날개, 미술관 외부 벤치에 놓인 구멍이 뚫린 책 등 미술관 건물과 공간을 주인공으로 하는 8점의 신작과 마주하게 된다.
전시는 오는 9월 15일까지 이어진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