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필리핀 지사 이용해 필리핀인 불법 고용한 혐의
검찰, 벌금형 구형했으나 재판부가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재판부 “마치 가족기업처럼 대한항공 이용…비난 가능성 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필리핀인 가사도우미들을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가장해 입국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희(70)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그의 딸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검찰 구형보다 높은 징역형 집행유예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2일 오후 위계공무집행방해와 출입국관리법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두 사람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이 전 이사장에게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3년 및 160시간의 사회봉사,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1년에 집행유예2년 및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각각 선고했다.
아울러 대한항공 법인은 벌금 3000만원을, 조 전 부사장은 벌금 2000만원도 함께 선고받았다.
안 판사는 법 개정으로 처벌 규정이 달라진 일부 범죄사실을 제외하고 모든 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안 판사는 “한진그룹 총수의 배우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마치 가족소유 기업인 것처럼 비서실을 통해 그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대한항공 임직원들로 하여금 불법 고용에 가담하도록 했다”면서 “고용된 가사도우미들을 소개해준 현지업체 수수료와 신체검사 비용도 대한항공 인사전략실에서 관리하는 계좌에서 부담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9.07.02 pangbin@newspim.com |
이어 이 전 이사장에 대해서는 “가장 오래 고용된 가사도우미의 경우 급여인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필리핀으로 출국해 현지 고용청에 구제신청을 했으나 마치 이 법정에 와서 불법고용을 인식해 자발적으로 입국시킨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며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있는지 의심살 만한 변소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해서도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근무 중이던 가사도우미의 출국을 지시하는 등 범행을 감추는 데도 대한항공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다만 “불법 유흥업소에 외국인을 취업시켜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는 일반적 출입국관리법위반 범죄와는 그 내용을 달리하고 있다”며 “‘땅콩 회항사건’으로 인해 조 전 부사장의 아들들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체류한 것은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당초 검찰은 이 전 이사장에게 벌금 3000만원을, 조 전 부사장에게 벌금 1500만원을 구형했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모든 유리한 사정을 종합해보더라도 검찰이 구형한 벌금형이 사회적 비난 가능성에 상응하는 처벌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형을 선고했다.
앞서 이들 모녀는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필리핀 여성 11명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가장해 입국시킨 뒤,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내에서 외국인이 가사도우미로 일하기 위해서는 재외동포(F-4 비자)나 결혼이민자(F-6 비자) 등 내국인에 준하는 신분을 가져야 한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대한항공 회장 비서실에 가사도우미 선발을 지시하고, 대한항공 필리핀 지사에서 직접 대상을 선발한 뒤 본사 연수프로그램을 이수한 것처럼 가장해 일반 연수생 비자(D-4)를 발급받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1년에 집행유예2년과 벌금 2000만원,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9.07.02 pangbin@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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