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 후 1년동안 5번아이언만 들고 200m 넘길 때까지 거리내는 연습한 후에야 자세 배워
미국에서 드라이버샷 486야드 날린 적도…30대 중반인 지금도 평균 310야드 기록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30일 경남 양산의 에이원CC(파70)에서 끝난 KPGA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호주 교포 이원준(34)은 장타력으로 유명하다.
그는 13년전인 2006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한 KPGA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공동 9위를 차지해 주위를 놀랬다. 순위보다 더 관심을 끈 것은 그의 장타력이었다. 키 190cm, 몸무게 93㎏ 체격에서 뿜어대는 드라이버샷 거리는 당시 평균 332야드를 기록해 출전 선수 가운데 최장타자로 이름을 알렸다. 그 때 그의 헤드스피드는 시속 131마일로 타이거 우즈, 버바 왓슨 등 내로라하는 장타자들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당시 이원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골프장에서 드라이버샷을 486야드나 날린 적도 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586야드 거리의 파5홀이었어요. 도그레그 홀도 아니고, 바람도 불지 않았습니다. 드라이버샷을 치고 가보니 홀까지 100야드가 남았더라고요. 혹시 무엇에 바운스됐나 싶어 볼을 살펴보았으나 긁히거나 스친 자국도 없었습니다.”
이원준이 2019KPGA선수권대회에서 드라이버샷을 한 후 볼의 향방을 좇고 있다. [사진=KPGA] |
이원준은 네 살 때 호주로 이민갔다. 15세 때인 2000년 아버지 이찬선씨의 권유로 골프에 입문했다. 아버지는 처음부터 아들에게 장타치는 법을 가르쳤다.
“장타를 치려면 힘껏 패는 것부터 배워야 합니다. 내 경우 아들에게 처음 5번아이언을 쥐어주고 ‘200m를 넘길 때까지 패라’고 가르쳤지요. 아마 1년동안 5번아이언만 쳤을 거예요. 1년 후 원하는 거리가 나오자 그때부터 자세를 가르쳤습니다. 자세 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자세부터 배운 뒤 거리를 늘리려는 다른 선수들보다 월등히 앞서 있지요.” 이찬선씨의 말이다.
그러면서 “구력이 10년 된 ‘주말 골퍼’들도 정말 거리를 내고 싶다면 처음으로 돌아가 ‘냅다 패는 것’부터 다시 배우는 길밖에 없다”고 귀띔한다.
로리 매킬로이, 버바 왓슨, 미셸 위 등 세계적 선수들도 골프 입문 당시에 세게 치는 법부터 배워 장타자가 된 케이스다.
이원준 자신은 “플레인을 따라 정확한 궤도로 스윙하면서 헤드 스피드를 높여주는 것이 장타 비결”이라고 원론적으로 얘기한다.
한 프로대회에서 그와 함께 라운드한 호주의 프로골퍼 피터 로나드는 이원준을 “괴물”이라고 불렀다. 장타력에 정확성까지 갖췄기 때문이었다.
이원준은 지금은 드라이버샷을 평균 310야드 날린다. 정확성도 예전만 못해 아이언으로 티샷하는 일이 잦다. 이번 대회 최종일에도 이원준은 경쟁선수들이 드라이버를 잡을 때 아이언으로 티샷하는 경우가 많았다.
프로데뷔 13년만의 첫 우승은 그에게 자신감을 심어줬을 법하다. 그 자신감이 드라이버샷에까지 미친다면, 그가 주로 활동하는 일본골프투어(JGTO)에서 우승소식을 전해올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한편 지난주 한국오픈에 출전한 동명이인 이원준은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 적을 둔 아마추어 골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