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문제가 결국 부메랑...웅진에너지 회생개시가 결정적
웅진그룹 신용도 하락에 차입금 대폭 증가...3개월 만에 매각 결정
"웅진코웨이, 북센, 웅진플레이도시 매각 안정적 경영 이어갈 것"
[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 웅진그룹이 인수 3개월 만에 코웨이를 되팔기로 결정했다. 인수 이전부터 지적된 자금조달 문제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7일 웅진그룹은 보유하고 있는 코웨이 지분 25.08%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웅진그룹은 "재무적 리스크의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매각 결정을 내렸다"며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웅진그룹과 웅진코웨이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라 판단했다"고 매각 배경을 설명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사진=웅진그룹] |
특히 재매각 배경에는 웅진 주요계열사인 웅진에너지의 회생절차 개시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외부감사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웅진에너지는 이후 회사채를 갚지 못하면서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웅진에너지가 사실상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자 지주사인 웅진그룹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웅진에너지의 상황과 웅진씽크빅의 신용도 하락을 이유로 웅진그룹의 신용도를 'BBB-'로 수정했다. 신용도 하락이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웅진그룹 또한 코웨이 매각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로써 렌탈 원조 '웅진코웨이'의 부활을 꿈꾸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계획도 3개월 만에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웅진그룹은 한국투자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앞으로 1년 내에 코웨이를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코웨이는 1989년 윤석금 회장이 설립한 생활가전기업이다. IMF로 부도위기에 처하자 윤석금 회장은 웅진코웨이 대표이사로 내려가 직접 경영했다. 렌탈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시장을 만들었으며, 코디서비스를 론칭했다. 정수기 렌탈에 이어 공기청정기, 비데, 안마의자, 매트리스 등으로 시장을 넓혔고, 25년간 부동의 업계 1위의 기업으로 키워냈다. 그러나 그룹 위기로 인해 2013년 1월 웅진코웨이를 MBK에 매각하게 됐다. 코웨이는 웅진 분리 이후에도 업계 1위를 유지하는 등 탄탄한 기반을 갖췄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5168억원에 달하며, 올해 최대 700만 계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이번 결정이 예고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웅진그룹의 모회사 웅진씽크빅이 마련한 코웨이 인수금액 2조원 중 차입금은 전체의 80%인 약 1조6000억원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코웨이 지분을 담보로 1조1000억원을 인수금융 형태로 빌려줬고, 웅진씽크빅이 발행한 전환사채(CB) 5000억원을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하는 구조였다. 연간 이자비용만 500억원이 넘는 대량 차입에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사진=웅진그룹] |
다만 코웨이 매각으로 웅진그룹의 자금운용에는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웅진그룹은 27일 기준 시가총액 6조원의 코웨이 지분 25.08%를 확보하고 있다. 약 1조5000억원의 매각대금에 웅진씽크빅이 인수를 위해 준비한 1000억원의 현금을 포함하면 인수를 위해 벌인 차입금 상환은 가능하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점도 코웨이 가치 상승의 핵심요소로 분류된다. MBK파트너스가 코웨이를 매각할 당시 우선 매수권을 보유한 웅진그룹이 있어 인수를 시도하지 못한 기업과 PE들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웅진코웨이 매각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지만,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그룹이 피해를 받지 않는 방안으로 매각을 결정했다"며 "웅진코웨이 매각으로 모든 부채를 정리하고 계열사 매각을 통해 추가적인 현금을 확보해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204m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