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보수교육 단체 및 자사고측 결사 반대
합리적 기준 아닌 정권 이념에 따른 처사 주장
가장 큰 피해자는 학부모·학생, 대책 마련해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전주 상산고등학교에 이어 안산 동산고등학교의 자사고 취소가 이어지며 ‘자사고 폐지’를 대선공약을 내건 문재인 정부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관측이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을 이념에 따라 멋대로 바꾸고 있다는 반대측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소재 자사고 관계자는 21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자사고를 만들고 키운건 정부다. 그런데 이제와서 정권이 바꼈다는 이유로 자사고를 없애려 하는 것”이라며 “명확한 기준이나 근거도 없이 자사고를 폐지하면 결국 피해를 입는 건 학생과 학부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자율형사립고 학부모연합회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교회 앞에서 자사고 폐지 반대 집회를 마친 뒤 손팻말을 들고 서울시교육청으로 행진하고 있다. 2019.06.20 mironj19@newspim.com |
자사고는 교육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목표로 김대중 정권인 2002년 자율형사립학교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이후 노무현 정권을 거쳐 이명박 정권 시절이던 2011년 자율형사립학교로 전환됐다.
정부 지원금 없이 독립된 재정과 자체적인 교과과정으로 운영되는 자사고는 전국에 46가 존재한다. 이중 10개교는 누구나 지원 가능한 전국단위, 36개는 해당 학교 소재(광역단위) 학생들만 지원 가능한 광역단위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보수 교육업계, 그리고 자사고연합회와 관련 학부모 단체 등이 반발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상산고 재평가 기준의 형평성과 공정성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육성한 자사고를 정권 이념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죽이려 든다는 불만이 담겨있다.
한국교총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학교를 불합리한 평가기준과 평가지표를 적용해 취소하는 것은 정부 및 교육감의 이념과 가치가 학생, 학부모의 교육권보다 우선시되는 처사이고 교육법정주의마저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자사고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수가 줄면서 자사고 상황도 열악해지고 있다. 정부 지원 없이 등록금 등 학비만으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사학재단 도움이 없다면 문을 닫아야 한다. 자사고가 비싼 학비로 돈을 많이 벌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자사고가 일반고 황폐화를 야기했다는 주장에도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8학군으로 불리는 일부 지역 편중 현상을 오히려 자사고가 해소한 측면도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비인기 학군에 자사고가 설립돼 인근 지역 인재들이 강남이나 목동이 아닌 해당 지역안에서 공부하며 새로운 명문학군 구축에 도움을 줬다는 설명이다. 자사고가 없어질 경우, 오히려 강남이나 목동 등으로 이동하는 학생들이 많아 비8학군 지역의 교육 ‘슬럼화’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논리다.
자사고 폐지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가 학부모와 학생이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고가 일반고로 바뀌면 학교는 3배 이상 비싼 학비를 낸 기존 입학생과 일반고 전형으로 들어온 신입생에게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양쪽 모두에서 차별 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사고라서 비싼 학비를 감수하고 아이를 입학시킨 학부모와 자사고라서 입학한 학생, 그리고 자사고를 목표로 준비한 예비 입학생 모두 혼란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