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스트롱거’는 지난 2013년 4월 15일, 미국 사회에 큰 상처를 남긴 보스턴 마라톤 테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당시 결승선 근처에서 폭탄이 터지면서 3명이 숨지고 26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테러로 두 다리를 잃은 생존자이자 용의자 검거에 결정적 증언을 한 실존 인물 제프 바우만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영화 '스트롱거' 스틸 [사진=㈜올스타엔터테인먼트] |
영화는 제프를 통해 단순히 그날의 실상을 전달하거나 실화의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예컨대 그의 결정적 증언으로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이나 결과 등)에 집중하지 않는다. 메가폰을 잡은 데이빗 고든 감독은 사고 이후 제프의 달라진 삶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하루아침에 다리를 잃고 영웅이 된 남자.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이 쏟아지고, 가족들은 삶의 또 다른 기회가 될 거라고 그를 부추긴다. 하지만 정작 그는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물을 틀어놓고 오열하고 입을 틀어막은 채 소리를 지른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 날의 공포.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그를 지배한다. 사랑하는 어머니도,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게 하는 연인도 거슬리기 시작한다. 충돌은 또 다른 충돌을 낳고 그를 바닥으로 끌어내린다. 하지만 그는 끝내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물론 절절한 러브스토리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희망을 찾아가는 한 인간의 정신력이 ‘스트롱거’의 주된 메시지다. 진짜 영웅은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나약함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불완전한 존재, 우리임을 알려준다.
혼신을 다한 배우들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에 출연해 국내 관객들에게 더욱 친숙한 제이크 질렌할이 제프 바우먼을 열연했다. 그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제프 바우먼의 외면과 내면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타티아나 마슬라니(에린 역)의 풍부한 감정 연기나 카를로스 샌즈(카를로스 역)의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연기도 영화의 백미다.
제프 바우만이 쓴 동명의 책이 원작이다. 오는 2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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