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대비 조직 비대화…내부 감사 유명무실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 직원이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예보의 내부통제 이슈가 도마위에 올랐다.
예보는 일단 직원 개인의 문제로 선을 긋고 있지만 안팎에선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금융위기, 저축은행 사태 등을 거치며 부실 금융사 정리나 자산 회수 업무가 줄었지만 비대한 조직을 유지하면서 내부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예금보험공사. 2018.10.11 leehs@newspim.com |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한모 노조위원장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검찰 조사가 끝난 이후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관련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고, 검찰의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예보 관계자는 "직원의 계좌를 추적하지 않는 한 뇌물 수수는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조사 결과를 봐야 하지만 범죄 사실이 있다면 파면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고 답했다.
해당 직원은 노조위원장을 맡기 전인 지난 2012년 파산 저축은행의 자산을 관리·배당하는 파산관재 업무를 맡으면서 저축은행에 유리한 방향으로 일을 처리해주고 약 7000만원의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해외자산 회수를 위해 캄보디아에서 파견근무를 하면서 채무를 부당하게 탕감해주는 등 비리를 저지른 혐의다.
검찰은 예보 관리자금을 개인적으로 빼돌린 흔적이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그 일환으로 검찰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예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단순한 사고나 일탈이 아닌 내부통제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줄어든 업무에 비해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위기나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융사의 건전성 관리 시스템이나 환경이 크게 달라졌는데 예보는 여전히 비대한 조직을 유지하고 있다"며 "조직이 크고 항상 관치 그늘에 있다 보니 내부 병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감사원은 지난해 감사에서 예보의 조직 비대화와 방만 경영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파산재산의 해외자산 회수를 위한 조직·인력 운영의 부적정성 △공적자금 회수 지연 문제 △근태관리 운영 미비 등 총 9가지 문제를 확인했다.
특히 저축은행 부실조사 관련 조직과 인력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1인당 부실자산 관리액은 2012년 1916억원에서 2018년 1363억원으로 줄었지만 해당 인력은 더 커지고 있다. 예보 중기인력운용계획(2018~2022년)에 따르면 회수 인원은 향후 5년간 167명에서 157명으로 6.0% 줄이고, 리스크 관리 인력은 106명에서 169명으로 59% 증원할 계획이다. 같은 이유로 파산 금융사 소유의 해외자산 회수를 위한 조직 운영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통보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2018년 한국경제학회·예금보험공사 공동 정책심포지엄 '예금보험기금 통합 20년의 성과와 과제'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18.12.07 kilroy023@newpsim.com |
문제는 자체 감시망으로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자체 감사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야 하는데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
예보는 지난해 종합감사 12회를 비롯해 총 35회 자체감사를 진행했다. 이에 주의·시정 등 153건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전체 감사 중 30% 가량이 예보가 관리하는 파산 재산에 집중됐고, 관련 조치의 70% 가까이 파산 재단에 취해졌다.
이에 대해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예금자 보호 등의 업무를 위해선 더 높은 수준의 공공성과 투명성이 요구된다"며 "타성에 젖은 감사시스템을 벗어던지고 과감한 경영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보 감사실 관계자는 "파산재단이 30개가 넘고 사고 위험성이 있다보니 이런 업무가 감사업무의 절반을 차지한다"며 "모든 본부와 부서를 매년 감사할 수 없어 3년에 한번 꼴로 하는데 관련 인력을 더 늘리려 한다"고 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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