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대상 종교폭력 지속적 발생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인도 법원이 10일(현지시간) 8살 무슬림 소녀를 강간한 뒤 살해한 주범 3명에게 무기징역 판결을 내렸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인도 북부 펀잡 주 파탄코트 소재 법원은 이날 총 7명에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강간 및 살인 혐의로 기소된 세 명의 주범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며 주범 중에는 힌두교 성직자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거 인멸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3명은 징역 5년형, 다른 한 명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은 패스트트랙 절차를 통해 이뤄졌다. 패스트트랙 법원은 2001년부터 장기 지연된 재판을 처리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월 인도 잠무-카슈미르 주에서 8세 여아를 강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산지 람이 유죄 판결을 받은 후 펀잡 주 파탄코트 법원을 떠나고 있다. 2019.06.10. [사진=뉴스핌 로이터] |
지난해 1월 무슬림 유목민 소녀는 잠무-카슈미르 주 카투아의 한 숲에서 납치돼 한 사원에서 감금됐다. 소녀는 진정제를 맞은 뒤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며칠동안 강간·고문·구타를 당하다 결국 살해당했다.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관리직 출신인 산지 람을 주축으로 경찰의 협조를 받아 범행이 계획됐다고 알려졌다. 이들을 무슬림 유목민들을 쫓아내기 위해 이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소녀가 소속된 무슬림 유목민 공동체는 지역의 다수인 힌두교도들과 토지 분쟁을 겪고 있었다.
이 사건은 인도 전역을 뒤흔들었고 12세 미만 여아를 대상한 강간 범죄에 사형을 구형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행정명령이 내려졌다.
한편, 당시 일부 힌두교도들과 힌두민족주의 성향 단체들은 남성들의 체포에 반발하는 시위를 일으켰다.
더욱이 최근 재선에 성공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 소속 주 정부 장관 두 명이 피의자 남성들을 지지하는 집회에 참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격분을 샀다.
인도에서는 역내 소수에 해당하는 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13억7000여명의 인도 인구 중 무슬림은 약 1억7000명에 해당한다.
지난 5월 16일 BBC가 국제인권감시단의 2019년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15년 5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인도 12개 주에서 최소 36명의 이슬람교도가 힌두교에서 신성시 되는 소를 도축하거나 소고기를 거래했다는 이유로 살해당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인권대표는 연례 보고서에서 인도 내 소수민족을 겨냥한 괴롭힘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첼레트 대표는 특히 이슬람교도들과 달리트(힌두 카스트 중 최하계급으로 불가촉천민을 의미)와 같이 역사적으로 소외된 집단들이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국제인권감시단은 BJP가 2014년 5월 집권한 이래 여당 당원들이 소고기 소비와 관련된 행위에 폭력 대응을 부추겨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얀트 신하 민간항공담당 국무상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2017년에 소고기를 판매한 이슬람교도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남성들에게 재판 비용을 댄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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