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공급 충격시 교역조건 악화, 성장률도 하락
반도체공급 충격시 교역조건 개선, 성장률은 하락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주요 상품의 교역조건과 경제성장률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계시장 수요, 원유공급, 반도체공급 등 충격별로 교역조건과 경제성장률이 서로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는 분석이다.
조동애 한국은행 국제무역팀 과장과 유기한 국제무역팀 조사역은 11일 '글로벌 충격이 교역조건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했다. 국제유가 및 반도체 등 주요 품목 가격이 변동하면서, 우리나라 교역조건(순상품교역조건 기준) 변동이 국내 경제에 주는 영향을 전문 모형(블록 부호제약 SVAR 모형)을 통해 설명한 것이다. 모형 적용 기간은 2000년부터 2018년까지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교역조건과 국내 경제성장률은 기간별로 다른 관계를 보였다. 1990년대 초에는 경제성장률과 교역조건이 동시에 악화됐으나, 2000년대 중반에는 교역조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은 양호했다. 2014~2016년에는 교역조건은 개선된 반면 경제성장률은 낮은 수준을 지속했다.
특히 글로벌 충격별로 경제성장이 다르게 반응했다. 세계수요 확대 충격 발생시 교역조건은 악화한 반면 경제성장률은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수입가격이 더욱 크게 상승하면서 교역조건은 악화했으나, 국내 경제성장률은 수출 증대로 상승한 것이다.
[자료=한국은행] |
원유 공급 축소 충격 발생시에는 교역조건과 경제성장률이 모두 악화됐다. 수익가격이 오르면서 교역조건이 악화하고, 국내 경제성장률은 생산비용 증대 및 실질소득 감소 등으로 하락한 것이다.
반도체의 경우 공급 감소가 발생하면 가격이 오르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됐으나, 수출증가율이 낮아지면서 경제성장률은 떨어졌다.
조동애 과장은 "일반적으로는 교역조건이 악화될 경우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쉽다"며 "그러나 충격별로 교역조건과 경제성장 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일률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과장은 "교역조건 변동에 따른 우리 경제의 움직임을 분석하기 위해선 내재된 근본요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순상품교역조건지수 외에 소득교역조건지수 등을 함께 파악하면 우리 경제에 발생한 글로벌 충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