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호 美 조지워싱턴대 객원교수, KDI 기고문서 밝혀
“비핵화 협상 난관…‘탑 다운’ 방식에만 의존해선 안돼”
“美, 고립‧압박 정책 유지...北 벼랑 끝 몰지도 않을 것”
“한국, ‘북한 감싸기’ 급급 안돼…대외신뢰도 하락 우려”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2년 차를 넘기며 임기 중반기에 도달한 가운데, 문 대통령이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미국에 대한 공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중호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한국학연구소 객원교수는 지난달 3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북한경제리뷰’에 기고한 ‘트럼프 미 행정부 대북정책의 특징 및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문 대통령의 임기가 중턱에 도달하고 비핵평화 체제 구축의 사명이 난관에 직면한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미국에 대한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김 교수는 보고서에서 “지금은 한국 정부가 보다 현실적인 비핵화 방안을 도출해내기 위해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한 분석을 다시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 시각은 ‘고립주의 시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현실주의 시각에서 강조하는 동맹국 및 우호국과의 협력 강화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한편 국제주의 시각에서 강조하는 국제협력에 대해서도 비관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등장한 ‘미국 우선주의’ 표어들이 그 대표적인 증거”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다시 말해 미국은 국제 경제 체제의 다자주의 속박에서 벗어나 미국의 경제적 이득을 독단적으로 추구하려는 성향을 보이고 있으며 적대국에 대한 강력한 경계와 압박 조치들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이러한 미국의 외교정책 시각을 대북정책에도 적용한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지속적으로 향상될 때 미국의 미래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외교적 관여보다는 고립과 압박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그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즉흥적 판단’이라며 평가 절하하는 일부의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지난 2년 반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가 보여 온 외교정책이 모두 즉흥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거나 미국의 국익을 해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은 2016년 전당대회에서 발표된 정강‧정책 보고서(Republican Platform 2016)에 잘 나타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핵협상 기조는 공화당의 기조와 맥을 같이 하고 있으므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이해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반드시 공화당의 정강‧정책을 살펴봐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 교수는 “보고서에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북한의 비핵화를 계속 요구할 것이며, 북한으로부터의 어떠한 위협도 막아낼 것임을 천명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만찬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찬 중 웃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트럼프, 2020년 재선 성공 가능성 높아…즉흥적 대북정책 하지 않아”
“하노이 회담 결렬도 사전에 철저히 준비된 차선책 중 하나”
김 교수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고립’과 ‘압박’이라는 대북정책 방향을 수정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정치 변수 때문에 대북정책 방향이나 목표 달성에 있어서 흔들릴 수도 있다’고 우려하지만 미국의 신보수주의 인사들에게서 들은 내용에 따르면 결코 그럴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도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변덕스런 성향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하노이 회담 일주일 전 워싱턴에서 만난 미국 행정부 인사는 회담 결렬이 협상 시나리오 안에 포함돼 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며 “즉 회담 결렬은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된 차선책(Plan B)이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미국 증시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고 실업률도 역대 최저인데다 해외로 나간 미국 기업들도 본토로 돌아오고 있고 외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지 않을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대북정책을 수행해나가는 데 있어서 국내정치 상황에 의해 추진동력을 상실한다거나 급격히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행정부, 북한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양보 시도할 가능성 낮아"
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이 원하는 ‘단계별 합의 제안’에 쉽게 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앞으로 미국 정부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밝혔듯 북한의 통 큰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미국도 제재 해제 등 통 큰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며 “신보수주의 성향으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이나 양보를 시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어 “그러나 미국은 미북 간 대화의 맥을 끊어지지 않게 하려 하므로 북한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 교수는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도 작지도 않다”며 “분명한 것은 한국 정부가 북한 감싸기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게 되면 한국의 대외 신뢰도가 떨어져서 오히려 한국의 레버리지(지렛대 효과)가 제약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가 시도조차 못 해 본 일, 즉 북한의 독재자를 만나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는 등 북한문제 해결에 관해 정치적 의지력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 문제 해결에 사활을 거는 것은 아니며 오로지 북핵협상을 미국 국익 증진을 위한 도구로 삼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 한국정부의 대북협상 전략이 ‘탑 다운(Top Down)’ 방식에만 의존하고 있어 한국의 대미 접근법이 지극히 협소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 행정부에 대한 복합적이고 균형적인 분석 없이는 향후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면서 비핵화를 현실화하는 실질적인 방안을 도출해내기 쉽지 않을 것이므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