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아시아방송, 30일 北 소식통 인용 보도
“北 당국, 함흥발 마약 유통 근절 위해 통제 강화”
“마약소지자 색출한다며 무차별 단속실 끌고 가”
“주민들 각종 동원 회피 막으려는 의도일 수도”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 대한 마약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인권 침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내 소식통들의 인터뷰를 인용해 “요즘 북한 당국이 마약단속을 구실로 주민들의 이동제한, 짐과 몸 검색 등 통제를 부쩍 강화해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평양의 한 지하철역 역내 열차 안에서 한 여성이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앞서 RFA가 지난 2월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의 마약 중독은 심각한 수준이다.
당시 RFA는 “설 명절 선물로 가장 인기 있는 것이 얼음(필로폰)인데,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전했다.
RFA는 또 “심지어는 중학생들도 필로폰을 구매하고 있다”며 “워낙 필로폰 선물 문화가 만연해 주민들도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있고, 제조자들도 단속을 피해 필로폰 대량 생산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지난 25일 RFA와의 인터뷰에서 “이달 중순부터 함경남도 이남으로 가는 주민들은 예외 없이 엄중한 몸수색과 짐 단속을 당할 것을 각오하고 길을 떠나야 한다”면서 “열차승무대(보안대)가 마약을 단속한다는 이유로 열차승객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얼마 전 친척을 만나러 함흥에 다녀왔는데 돌아오는 길에 열차에서 불시의 단속을 받았다”며 “여행증명서와 공민증을 보여줘도 열차보안원들이 ‘마약소지자를 색출한다’, ‘몸과 짐 검사를 해야겠다’며 무작정 단속실로 끌고 갔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면서 “여행증명서와 공민증이 있는데도 막무가내로 단속을 당하는 것이 억울해 강력히 항의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승무원들은 ‘마약을 소지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여행증명서와 공민증을 회수한 뒤 몸수색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북한 평양 시민들. (기사 내용은 사진과 관계 없음) |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함흥시는 1990대 중반 ‘고난의 행군시기’부터 지금까지 전국에서 마약 제조와 판매가 가장 활발한 마약제조 중심지로 지목되고 있다”며 “‘함흥에서 제조된 마약이 전국에 퍼지는 것을 근절한다’는 이유로 지나친 몸수색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그래서인지 요즘 중앙에서 갑자기 함흥 일대를 중심으로 주민들의 이동과 동향을 강하게 단속하고 있다”며 “함흥에서 마약이 가장 많이 제조, 유통된다는 사실은 새로운 것도 아닌데 당국이 갑자기 단속을 강화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러면서 “주민들이 농촌동원이나 사회대상건설 동원을 회피하기 위해 여행증명서를 발급 받아 외지로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가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면서도 “과거에도 가끔 마약단속을 이유로 짐 검사와 몸수색이 있었지만 요즘처럼 단속강도가 험악하기는 처음이라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