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 큰 관심 속 30일 개봉
있는 자와 없는 자 수직적 관계, 냄새·물 활용해 풍자
기생과 공생, 예의와 존엄에 대한 화두 동시에 던져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기택(송강호)네 가족은 구성원 전원이 백수다. 당장 먹고 살길은 막막하지만, 여느 집 부럽지 않게 화목하다. 이 집안의 희망이 있다면 장남 기우(최우식). 명문대생 친구로부터 기우가 고액 과외를 소개받자 가족들은 기대에 부푼다. 하지만 모든 것이 해결됐다고 생각한 그때, 기우를 비롯한 기택네 가족들은 걷잡을 수 없는 사건들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 '기생충'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
영화 ‘기생충’은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메가폰을 잡은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를 “광대가 없음에도 희극이, 악인이 없음에도 비극이 한 데 뒤엉킨 ‘가족 희비극’”이라고 소개했다. 봉 감독의 말처럼 ‘기생충’은 한없이 웃기지만, 그렇다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영화다. 극장을 채우던 웃음소리는 이야기가 예측불허의 전환점을 맞이하면서 잦아든다. 잔혹하고 슬프고 착잡하고 또 씁쓸하다.
이 영화는 부자와 가난한 자, 양극단에 사는 두 가족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이 지점은 봉 감독의 전작 ‘설국열차’(2013)와 유사하다. 실제로 봉 감독은 ‘설국열차’ 후반 작업 때 ‘기생충’을 구상했다. 단 ‘설국열차’가 머리 칸부터 꼬리 칸까지 이어지는 수평적 계층 구조를 활용했다면, ‘기생충’은 계단으로 연결된 지상과 지하, 수직적 계층 구조를 썼다. 감독은 끊임없이 대비되는 두 가족의 상황을 냄새, 물 등 다양한 모티프를 이용해 풍자적으로 그려냈다.
자본주의사회, 계급이 다른 두 가족의 충돌로 봉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한 건 막무가내식 희망이 아니다. 맞서 싸워도 보고 꿈도 꿔보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돈이 구김살을 펴는 다리미라고, 부자라서 착한 거라고, 가난의 냄새는 존재한다고 말하던 영화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확실한 희망을 주지 않는다. “섣불리 말한 희망이 되레 거짓말”이라는 봉 감독이 희망 대신 쥐여주는 건 현실이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관객이 서로와, 시대와 대면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기생과 공생, 인간의 예의와 존엄에 대한 화두를 함께 던진다.
영화 '기생충'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
대단한 화제를 모은 영화인지라 배우들 연기에도 관심이 쏠릴 법하다. 빈틈이 없다. 기택네 가족 송강호, 장혜진(충숙 역), 최우식, 박소담(기정 역)과 박사장 역의 이선균, 박사장네 가사도우미 문광 역의 이정은 등은 캐릭터와 혼연일체된 열연으로 ‘기생충’을 풍성하게 채웠다. 박사장네 아내 연교가 된 조여정은 특히 인상 깊다. 캐릭터 면에서도 연기 면에서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덧붙이자면, 엔딩크레딧까지 모두 보고 나올 것을 권한다. 이때 흐르는 영화의 마지막 OST 역시 ‘기생충’의 중요한 일부다. 봉 감독이 직접 가사를 썼고, 최우식이 노래를 불렀다.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