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네팔과 중국 국경에 위치하는 세계에서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산이 네팔 당국의 허술한 관리·규제 속에 인파가 몰리면서 인명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5일 현지 관리들에 따르면 에베레스트의 이달 사망자 수가 최소 10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베테랑 산악인들과 전문가들은 이들의 사망 사고 원인은 눈보라나 강풍 따위가 아니며 산에 사람이 너무 많고, 특히 경험이 없는 등반객들이 많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등산객들이 22일(현지시간) 네팔에 위치한 에베레스트 정상을 등반하고 있다. 2019.05.22.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애리조나에서 거주하는 에드 도링 씨는 네팔 카트만두의 한 호텔에서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말 무서웠다"며 "그곳은 마치 동물원 같았다"고 전했다. 그는 탁구대 2개를 붙여놓은 듯한 넓이의 정상에 15~20명의 사람이 서있고 정상에 가기 위해서는 몇 시간동안 줄을 서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최빈국 중 하나인 네팔은 부실한 규제 및 관리와 부정부패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일부 산악인들은 자금에 목마른 네팔 정부가 안전하게 운용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등반 허가를 발부한다고 전했다.
또한 등산객의 안전보다 이익을 중요시 하는 관광사들이 훈련되지 않은 등산객들을 에베레스트 산에 데려 오면서 사고 발생의 위험은 높아졌다. 수 십년전까지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려면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기에 경험이 많은 베테랑 산악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네팔 카트만두 시내에 현지 관광사들이 저렴한 트레킹 상품을 출시하고 안전성을 강조하지 않는 외국 회사들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등산객들의 유입이 크게 늘어났다.
이렇듯 에베레스트 산의 등반객들이 증가하다 보니 등반 루트에는 체증이 빚어졌다. 셰르파(등산 안내자 역할을 하는 티베트계 나팔인)들과 산악인들은 올해 발생한 사망 사고 일부가 정상 앞 약 300m의 길이로 늘어선 줄 때문에 등·하산 속도가 지연되면서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등산객들은 등·하산 거리를 측정해 필요한 산소량만 압축 산소통에 담아간다. 따라서 높은 고도에서 1~2시간이라도 지체되는 것은 등산객들의 생사를 위협할 수 있다.
셰르파들은 등산객 중 아이젠을 착용하는 방법도 모르는 이가 있다고 전했다. 베테랑 산악인들은 네팔 정부는 에베레스트 산 등반에 대한 엄격한 룰을 갖추지 않았다며 이것은 '재난을 위한 레시피'라고 비판했다.
에베레스트 등반을 위해 과거 병력을 숨기는 사람도 있었다. 인도 카슈미르주에서 온 리자 알리(18) 씨는 심장 관련 질환이 있지만 여행사에 거짓말을 했다고 밝혔다.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음에도 네팔 정부는 에베레스트 산 등반의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381건에 달하는 기록적인 등반 허가 건수를 발행했다. 등산객들은 허가 건수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는 등산객 체증이 어느 때보다 심했다고 전했다.
네팔 정부 측은 이러한 혐의를 부인한 채 관광사들이 안전을 책임을 진다고 말했다. 단두라즈 기미레 네팔 관광부 장관은 26일 NYT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사망자 수 증가는 등산객 증가와 관련이 없다고 말하며 악천후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허가 건수를 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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