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23일 개막, 10월 13일까지 전시
[천안=뉴스핌] 이현경 기자 = “아라리오갤러리의 주제는 항상 ‘생명’과 ‘영혼’이다. 이번 제 전시 역시 생명과 영혼이란 주제에 화음이 입혀졌다.”
[천안=뉴스핌] 이현경 기자= 열번째 개인전 '보이스 오브 하모니' 간담회에서 만난 작가 씨킴 2019.05.23 89hklee@newspim.com |
불과 몇 년 전 캔버스에 그은 선이 마치 불협화음처럼 씨킴(68)을 괴롭혔다. 마음 속 문제였다. 이를 해소하려다보니 발작도 일어났고, 때로는 사람들이 있는 식당에서 크게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의 노래를 듣던 사람들은 화를 내기보다 오히려 큰 박수로 화답했다. 이러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림이 자신의 마음을 달래줬다는 것을. 씨킴은 개인전 ‘보이스 오브 하모니’를 통해 혼란스러웠던 시간을 극복한 사연을 보여준다.
아라리오(천안, 제주, 서울)의 대표이자 미술가로 20년째 활동 중인 씨킴(CI KIM, 김창일)이 열 번째 개인전을 아라리오갤러리천안에서 연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보이스 오브 하모니’다. 회화, 조각, 설치, 드로잉, 사진, 비디오, 레디메이드 오브제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 100여점을 모았다.
[천안=뉴스핌] 이현경 기자= 작품 설명 중인 작가 씨킴 2019.05.23 89hklee@newspim.com |
23일 전시가 열리는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씨킴은 일일이 취재진을 맞았다. 그는 환한 얼굴로 2년 만에 열게되는 10회 개인전에 대한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씨킴은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이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졌다더라. 예전에는 많이 투박한 감이 있었다고. 변화가 있다는 이야기가 참 기분좋다”고 말했다.
씨킴은 아라리오가 추구하는 것은 ‘생명’과 ‘자유로움’이라며 1층 전시장 한 가운데 놓인 작품을 소개했다. 씨킴은 그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제가 제주도 바다에서 떠내려온 것을 전시한 거다. 냉장고도 떠내려왔다. 저 녹슨 냉장고에도 생명과 영혼이 있다”면서 “이렇게 떠내려온 것을 브론즈로 제작하기도 했다. 어느 것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구분이 안 간다. 생명과 허상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천안=뉴스핌] 이현경 기자= 전시장에서 작가 씨킴 2019.05.23 89hklee@newspim.com |
씨킴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제품을 작품으로 만든다. 아침식사로 먹은 달걀이 들어있던 용기나 하얀 플라스틱 숟가락, 마시다 남은 식은 커피 등이 작품의 소재와 영감이 된다. 그는 작품 위 수세미를 가리키며 “이는 마지막에 제가 작업한 거다. 제 아내가 5년간 쓴 수세미다. 여기다 커피를 더해 색을 입혔다”고 말했다.
전시장 한 켠에는 커피를 소재로 한 대형작품 ‘종이에 커피’를 볼 수 있다. 이는 우연적인 성격의 추상화다. 물론 여기에는 작가만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평소 카페인 때문에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 그는 그란데 크기의 커피를 세 모금 마시고 늘 자신의 카펫트에다 버렸다.(씨킴은 카페트의 흔적을 통한 작업을 한다) 그러다 우연히 커피를 캔버스나 종이에 버려 작품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이 시리즈가 탄생하게 됐다.
[천안=뉴스핌] 이현경 기자= 개인전에 대해 설명 중인 씨킴 2019.05.23 89hklee@newspim.com |
씨킴은 “커피빈을 사서 뜨거운 물에 녹여 종이에 흘려봤다. 강하게 혹은 약하게 조절도 해봤다. 때로는 직접 선을 긋거나 원을 그려 구상을 한 후 작업도 해봤다. 버려진 커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목공용 본드를 미디엄으로 이용한 글루 작업, 도끼로 찍어낸 자국이 가득한 알루미늄 패널 등 추상적인 표면에서 말미암은 회화 작품들도 많다. 작업실 바닥의 깔개로 사용해왔던 세월의 흔적이 진하게 묻어나는 카펫 위에 수백 개의 일상 용품을 붙여 제작한 6m 길이의 대형 작품과 같은 신작도 선보인다. 4층에 전시되는 마네킹 연작들도 씨킴의 작업 세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마네킹은 단순한 형상 조각이 아닌 자소상의 연장선 상에 있다.
[천안=뉴스핌] 이현경 기자= 송지민 작가 2019.05.23 89hklee@newspim.com |
씨킴은 “제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다. 다양한 재료에 의한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가능해진다. 나는 이를 연주하는 마에스트로인 셈”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날 전시 막바지 씨킴은 들국화의 ‘사랑한 후에’를 열창하며 간담회를 마쳤다.
한편 전시장 한켠에는 씨킴이 눈여겨보는 작가 송지민의 개인전도 열려있다. 송지민 작가의 특별한 재능을 알아챈 씨킴이 그에게 개인전 공간을 마련한 거다. 송지민 작가는 “다른 사람들이 정해놓은 기준(그것이 교육이든)에 맞춰 살아가는 게 제게 부담이었다. 이를 사진을 배우면서 극복했고, 현재 작업하면서 많이 해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뉴스핌] 이현경 기자= 송지민 작가의 글귀와 작품 2019.05.23 89hklee@newspim.com |
씨킴은 송지민 작가가 쓴 짧은 글귀를 소개하며 “이 글이 참 좋다. 이 글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마음 속에 억눌려있는 게 있다. 이 억눌림이 폭발하면 좋은 작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시는 23일 개막해 오는 10월 13일까지 이어진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