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1위∼34위 기업 CEO와 정책간담회
부당 일감몰아주기 근절 등에 동참 요청
재벌개혁 의지·중기 일감개방 확대도 당부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재계 11위∼34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전문경영인과 만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부당한 일감몰아주기 근절 등 공정경제 구축을 위한 정부의 정책방향에 동참을 요청했다. 특히 엄정한 법집행과 기업의 자발적 변화, 최소 영역의 입법적 조치 등을 통한 재벌개혁 의지 및 중소기업에 일감을 개방하는 경쟁 입찰 확대가 강조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3일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10대 미만 기업 CEO들과의 정책간담회를 통해 자벌적 지배구조 개선사례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세 차례 기업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정부와 재계가 개혁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며 “그 결과 자발적인 순환출자 해소와 같은 바람직한 변화가 시장에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경제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중견그룹 전문경영인들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뉴스핌 DB] |
김 위원장은 “공정경제란 모든 경제주체에게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평평한 운동장을 보장해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기업 지배구조, 즉 의사결정자가 적기에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는 제도와 관행이 확립돼야한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수단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경직된 접근방법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면서 ▲현행법의 엄정한 집행 ▲기업들의 자발적인 변화 유도 ▲최소한의 영역에서 입법적 조치라는 원칙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일관된 속도와 의지로 재벌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게 김 위원장의 발언이다.
이어 “일감 몰아주기와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는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중소 협력업체·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부당하게 희생시키는 그릇된 관행”이라며 “이제는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부 대기업 계열사들이 일감을 독식하는 과정에서, 관련 분야의 독립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공정한 경쟁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다”며 “그 결과 혁신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뿐만 아니라 존립할 수 있는 근간마저 잃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쟁의 부재(不在)는 대기업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아, 계열사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기업의 핵심역량이 훼손되고 혁신성장의 유인을 상실, 세계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배 주주 일가가 비주력·비상장 회사의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계열사들의 일감이 그 회사에게 집중되는 경우에는 그 합리적인 근거를 시장과 주주가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무엇보다 “경쟁 입찰의 확대 등을 통해 능력 있는 중소기업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일감을 개방해 줄 것”이라고 당부했다. 중소 협력업체가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도급 분야에서의 공정한 거래 관행도 주문했다.
혁신 성장의 싹을 잘라 버리는 기술탈취 행위와 관련해서는 “근절을 위해 하도급법, 상생협력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을 포괄하는 입체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간담회에 참석한 CEO들과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 공감했다.
이날 자리에는 석태수 한진 부회장, 박근희 CJ 부회장, 신명호 부영 회장직무대행, 이광우 LS 부회장, 박상신 대림 대표이사, 이동호 현대백화점 부회장, 김규영 효성 사장, 이강인 영풍 사장, 박길연 하림 사장, 이원태 금호아시아나 부회장, 유석진 코오롱 사장, 김택중 OIC 사장, 여민수 카카오 사장, 김대철 HDC 사장, 주원식 KCC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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