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매입 상품 달러화로 파는 면세점 대비 백화점 유리
위안보다 절하폭 큰 원화.. 중국 일본 관광객 수요 기대
[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백화점 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원화 약세가 이어질수록 소비 수요가 국내로 몰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져서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2원 내린 1193.5원으로 개장했다. 중국 인민은행의 구두개입으로 소폭 조정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미중 무역협상의 불확실성 여파로 지난 한 달간 무려 60.9원(5.3%)이나 치솟았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무려 2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추후 무역협상 결과에 따라 1200원 돌파도 목전에 둔 상태다.
◆ 환율 오를 때 백화점 명품 매출 급증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 같은 환율 급변동에 국내 백화점이 조용히 미소 짓고 있다. 상대적으로 환율 영향을 덜 받는 내수소비 업종이긴 하지만, 원화 약세로 해외 소비수요가 국내로 전환될 수 있어 반사이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 달러 가치 상승으로 면세점과 해외직구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져 백화점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게 됐다. 특히 백화점 효자품목으로 자리매김한 명품 판매에 유리해졌다.
상품을 직매입해 달러화로 파는 면세점의 경우 변동된 환율에 따라 판매가를 조정한다. 연동된 환율 상승에 따라 원화로 환산한 가격도 높아지면서 백화점과 비교해 가격 이점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면세품은 면세한도(600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에 간이세율(20%)을 적용하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 실구매가는 더 높아진다. 환율이 오를수록 백화점보다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도 배제할 수 없다.
직매입이 아닌 판매수수료 구조의 백화점의 경우 브랜드사에서 가격을 환율에 맞춰 조정하긴 하지만 환율변동 폭을 즉시 반영하기는 어렵다. 브랜드별로 시즌에 맞춰 연 2회 정도 판매가격을 조정하는데 올해 초 가격인상이 있었던 만큼 당분간 가격 추가 인상 여지가 적다.
국내 소비자의 주요 명품 구매채널인 해외직구와 병행수입의 경우에도 가격 이점이 줄어든다. 환율이 오르면서 해외에서 저렴하게 직구했다 하더라도 A/S 등을 고려하면 백화점보다 뚜렷히 이득이라고 보기 어렵다. 마진을 적게 남기는 병행수입업체도 수입가격이 치솟으면서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어졌다.
실제 환율 급등 시기에 맞춰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크게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이달(5월 1일~19일) 들어 명품 상품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34.7%나 신장했다. 현대백화점도 명품 판매가 38.1%나 늘어났다. 지난 3월 백화점 명품 매출 신장률 15.7%를 훌쩍 웃돈다.
◆ 해외관광객 구매력 'UP'.. 수요 증가 기대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사진=신세계] |
해외 관광객의 수요 증대도 기대된다. 원화 가치가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방한 외국인 쇼핑객의 구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년 7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과 일본 관광객의 경우도 국내에서 물건을 사는 게 유리해졌다. 중국의 경우 위안화 절하의 영향으로 달러 상품 구매력이 낮아지면서 한국으로 소비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원·위안 환율은 171.99원 수준으로 연초(163.34원) 대비 5%이상 올랐다. 일본 역시 원·엔화 환율이 100엔당 1083.63원으로 3월초 저점(1000.49원) 대비 8.3%나 상승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 대비 가치가 높아진 위안화와 엔화를 들고 한국 쇼핑관광을 오는 외국인이 늘면 백화점에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미국 달러화와 연동되는 면세점보단, 상품 구색이 더 다양하고 원화로 가격을 매기는 백화점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내수 소비 활성화에 따른 반사효과도 기대된다. 환율 급등으로 인해 해외 여행 심리가 위축되면 해외 소비수요가 국내로 전환될 수 있어서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해외여행이나 면세점 쇼핑 대신 국내에서 지갑을 여는 내국인 고객이 늘어나면 백화점의 비수기 타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백화점업체 관계자는 “아직까진 환율 상승에 따른 소비자 저항이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고환율이 국내 소비를 높이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며 “달러화와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경쟁 채널의 가격 상승으로 백화점과 가격 격차가 줄면 일부 수요가 백화점으로 옮겨 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