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북한이 약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에 직면했다며 식량지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미국에 제재 완화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달 앞서 두 곳의 유엔 인도주의 단체는 북한 주민의 40%에게 긴급한 식량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지난 15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올해 1월 초부터 5월 초까지 강우량이 2.1인치(약 5.33cm)에 불과했다며 이는 198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극심한 가뭄 상태에 있음을 알려, 국제 단체가 호소하는 식량 지원의 필요성을 부각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깔려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북한 주민들이 북중 접경지역 노상에서 곡식을 팔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악천후와 경제 제재로 북한 내부에 정말로 새로운 식량위기가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북한이 교착에 빠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이미 장기적으로 문제가 돼 왔던 식량 문제에 관심을 추가로 끌려고 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북한의 식량지원 요청은 거의 연례적이었다는 점을 언급, 올해 요청은 이전과는 다르다며 제재를 식량위기 주범으로 강조하기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은 제재 해제를 위해 제재가 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안달이 난 상태"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미국이 비핵화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제재에 압박을 놓기 위해 식량위기를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KCRC)에 따르면 이번 주 북한은 오는 27일 중국 선양에서 한국 구호단체들과의 만남을 제안, 식량지원 요청의 목소리를 키웠다고 WSJ은 전했다. 만남이 이뤄지면 북한과 해당 단체들과의 소통은 지난 4월 초 이후 처음이 된다.
현재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은 교착 국면에 빠진 상태다. 미국은 북한에 핵무기 포기에 대한 구체적 약속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즉각적인 제재 완화를 포함, 점진적·단계적 접근법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없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미국 고위 당국자를 겨냥해 비난을 퍼붓고, 무기 시험을 진행하는 등 미국을 상대로 저강도 도발을 펴왔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수확량은 재작년보다 9% 급감해 10년 만에 가장 가파른 감소세를 기록했다. 폭염과 홍수, 태풍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한미경제연구소(KEI)의 로이 스탠가론 선임연구소장은 "올해가 약간 더 나쁠 수도 있겠지만, 위기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북한은 (원래) 끊임없이 식량으로 고군분투하는 나라"라고 말했다.
WSJ은 이코노미스트들과 최근 방북자들을 인용해 북한의 지역 경제는 국제 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줬다며 북한의 상거래는 불법 무역과 암시장 덕분에 주민들이 식품을 계속 식탁에 올릴 수 있을 만큼 활성화된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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