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협상 진전 위해 北에 더 현실적 제안 해야"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미국 행정부 전직 관리들은 북미간 교착국면이 지속될 경우 내년에는 '화염과 분노'를 언급했던 지난 2017년의 북미 간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5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마크 피츠패트릭 전 미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북한과의 외교가 올 연말까지는 이어지겠지만, 북한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누가 조언하느냐에 따라 향후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거론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외교를 선호하지 않는 볼튼 보좌관의 조언을 계속 듣는다면 외교에 대한 희망은 그리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현재 상태가 계속된다면 북미 간 갈등이 증폭될 수 있으며, 올해는 재앙을 막아야 하는 중요한 해"라고 말했다.
그는 "두 나라 사이에 진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2020년은 2017년 당시처럼 북한의 더 많은 핵 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그리고 미국의 군사공격 언급과 위협으로 긴장이 두드러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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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로이터=뉴스핌] 이영기 기자 = 백악관에서 열린 5G 상용화 선언식에서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 2019. 04. 13. |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북한이 올 연말까지는 미국과의 대화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더 큰 도발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정연설을 인용해 "북한은 북미 대화 시한을 올해 말까지로 정했다면서, 북한은 협상에 복귀할 '스톱워치'를 설정했고 양국은 현재 그 단계에 놓여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도 올해까지 대북 외교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최근 제재 위반 혐의로 북한 화물선을 압류한 미 행정부의 조치는 현행 제재를 이행하는 정상적 절차의 결과일 뿐 북한을 추가로 압박할 의도로 읽히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북미 실무진 간 접촉할 시간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고 갈루치 전 특사는 덧붙였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미국의 대북 외교가 이어질지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은 추가 제재와 ‘화염과 분노’ 수위까지 치닫는 갈등을 원치 않는 만큼 대화를 재개하겠지만 지금은 급할 게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히려 "미국의 실무 협상 요청에 대응하지 않는 것은 나름의 계산이 깔린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겠다는 김정은의 위협을 더욱 그럴 듯하게 느껴지도록 하는 방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미 대선이 다가올수록 김정은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더욱 유연해질 것이라는 게 김정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 전직 관리들은 북핵 협상의 진전을 위해선 일괄타결 식 해법에 동의할 리 없는 북한에 미국이 보다 현실적 제안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북한 영변 핵 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향한 첫 단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도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은 북한의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