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낮추고 미국 관세 압력 회피 1석 2조
CPTPP 등 FTA 매릿 겨냥 이주 열기 고조
[서울=뉴스핌] 정산호 기자 =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 방직기업들이 베트남 등 인근 동남아 지역으로 생산기지 이전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경제 전문 매체 21스지징지바오(21世紀經濟報)는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 방직 기업들이 대미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많은 방직기업이 중국 생산을 접고 공장을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로의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바이두] |
절강(浙江)성 항저우(杭州)의 의류 생산업체 어우뤄라커(歐羅拉克) 리젠웨이(李劍衛) 대표는 “미국 월마트와 코스트코, 메이시 백화점에 수출되는 중국 의류 제품의 이윤율은 5~10%이다”며”만약 6월부터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우리에겐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리 대표는 최근 참가한 업계 관계자들과의 모임에서 나눈 대화를 소개하며 “방직 업계 종사자들이 예전과 비교해 올해 업황이 가장 안 좋다고 입을 모은다”며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대외 무역은 물론 중국 내 거래도 급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에 우려를 표하며 “우리가 그나마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지금까지 방직 제품이 관세폭탄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 이었다”고 말했다. 리 대표는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더 많은 중국 방직 기업들이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로 생산 거점을 옮길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중국 방직기업들은 동남아로의 생산 거점 이전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지로의 이전이 활발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국가는 베트남이다. 중국 방직기업들은 베트남 방직산업 ‘10년 황금기’를 연호하며 너도 나도 호찌민시 인근 공단에 공장을 건립하고 있다.
지난 3월 1일 차오자창(曹甲昌)중국방직품수출입협회 회장은 화둥(華東) 무역 박람회 연사로 나서 "2018년 중국 방직 제품의 미국, 일본 시장 점유율이 2017년 대비 각각 0.4%, 3% 감소하고, 베트남 제품의 점유율이 각각 0.2%, 1.4% 증가했다"며 "이는 중국 기업이 생산 거점을 베트남으로 옮기며 발생한 변화여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고 지적할 정도로 중국 방직기업들의 베트남 이전 열기는 뜨겁다.
중국 대형 방직 기업들 가운데 베트남에 진출하지 않은 기업이 거의 없을 정도다. 올해 2월 에는 중국의 유명 의류 기업인 보쓰덩(波司登)이 일본 이토츄상사와(伊藤忠商事)와 손 잡고 베트남에 생산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번 미·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방직기업을 비롯한 중국 제조기업들의 베트남 공장 이전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사진=바이두] |
중국 기업들이 베트남 행을 선택하는 이유는 베트남이 세계 각국과 체결한 FTA 덕분에 중국에서보다 높은 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1월 발효된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올해 말 체결을 앞둔 베트남-유럽 간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기대가 크다. CPTPP는 협정 당사자 간 거래에서 베트남에서 생산된 농업, 공산품에 대해 98%의 관세 혜택을 부여한다. 또한 유럽은 중국의 주요 수출 시장이어서 중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 메리트를 키우고 있다.
중국보다 낮은 인건비와 토지 및 전기 사용료, 그리고 더욱 엄격해지는 중국 당국의 환경 규제도 중국 기업들의 베트남 이전 사유로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방직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들의 베트남 진출도 늘고 있다. 중국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는 2018년 설 이후 베트남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미국 GM과 독일 폴크스바겐을 따라 공장 베트남 이전을 결정했다.
2018년 베트남이 유지한 외국인 직접 투자 규모 345억 달러 가운데 중국 자본이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제 무역 촉진 위원회(CCPIT)는 올해 1~4월 중국기업의 베트남 투자는 13억 달러, 신규 투자 항목은 187개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중 특히 4월 기준 중국의 베트남 투자 규모는 한국, 홍콩, 싱가포르 등을 제친 것으로 나타나 중국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 발걸음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 줬다.
chu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