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일 선전매체 동원 "개성공단 재가동" 촉구
"책임전가 명분 쌓기·남남 갈등·한미 균열 목적"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북한이 연일 선전매체를 동원해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한국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두고 북측의 ‘몽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방위적 대북 제재를 거스르고 한국 단독으로 공단 재가동을 결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북측이 모를 리 없다는 것이다.
◆ 北도 해제 요구할 만큼 ‘촘촘한’ 유엔 안보리 결의
일련의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는 촘촘한 그물망과 같다. 특히 지난 2017년 9월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 같은 달 11일 채택된 결의 2375호는 북한과의 모든 신규·기존 합작사업, 협력체 설립·유지·운영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결의 2371호의 신규 합영·합작 사업 금지에서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이를 두고 “개성공단 자체가 결의 위반”이라는 평가도 있다.
결의 2375호는 의류 임가공을 포함해 섬유 수출도 금지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부분이 의류 관련 업체이기 때문에 결의 위반 가능성이 크다. 산업용 기계류와 운송수단 등의 분야 수출을 금지하도록 한 결의 2397호도 공단 재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각에서는 벌크캐시(Bulk Cash·대량현금) 이전 금지 조항을 담은 결의 2087호, 2094호에도 저촉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지난 1월 “현금이 유입되지 않는 방식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는지 연구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개성공단 재개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해제 또는 완화가 실현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도 ‘선(先) 대북제재 후(後) 남북경협 가능’ 절차를 이미 알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북한은 지난 2월 북미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지난 2016년에 부과된 2270호, 2321호, 2017년의 2371호와 2375호, 2397호 등 일명 ‘5개 핵심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지난 2017년 4월 촬영된 개성공단의 모습.[사진=로이터 뉴스핌] |
◆ 北, 개성공단 재개 대남 압박…왜?
그럼에도 불구, 북한은 선전매체를 통해 연일 대남 압박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북한 선전매체인 메아리는 13일 ‘남북선언들을 이행하려는 의지가 있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미국은 개성공업지구 재가동을 반대할 아무런 명분이 없다”며 “그런데도 남한 당국은 미국과 보수세력의 눈치나 보며 (재가동을) 계속 늦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그러면서 개성공단 폐쇄는 박근혜 정부 당시 “독단적인 조치에 의한 것”이라며 “유엔의 제재 때문에 폐쇄된 것이 아닌데 왜 남한 당국이 스스로 대북제재라는 족쇄에 저들의 수족을 얽어매놓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도 전날 논평에서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는 미국의 승인을 받을 문제가 아니다”며 메아리와 같은 논조의 주장을 내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 인민군 전연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쌍안경을 들고 훈련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김 위원장의 모습.[사진=노동신문] |
북한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대북 전문가들은 △남남 갈등 유발 △한미 공조 균열 △책임 전가를 위한 명분 쌓기 등의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메아리 등은 (북한 당국의)공식 매체는 아니지만, 북한의 속내가 담겨있다고 충분히 볼 수 있다”며 “북한은 향후 공식 매체를 통해서도 김 위원장의 신년사와 9월 평양공동선언 등을 언급하며 대남압박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문 센터장은 “개성공단 재가동이 당장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북한은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결국 한국 정부를 곤경에 빠트리고, 남남 갈등, 한미 공조 균열 등을 유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현재 겪고 있는 남북 간 어려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때문이 아닌, 미국과 한국 때문’이라는 일종의 책임 전가를 위한 명분 쌓기용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