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PGA투어 바이런 넬슨 1R, 코스 처음 접해보고도 6언더파로 우승 발판 마련
다음주 US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와 명승부 예고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 ‘서투른 숙수(熟手)가 안반만 나무란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라면 그의 재능을 발휘하는데 수단(장비·환경·여건 등)을 탓하지 않으며, 수단이 장해물이 되지 않는다는 비유다.
브룩스 켑카(29·미국)는 요즈음 미국PGA투어에서 타이거 우즈 다음으로 많은 화제가 되고 있는 선수다. 세계랭킹 3위, 페덱스컵 랭킹 8위로 세계 정상급인데다, 다음주 열리는 남자골프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USPGA챔피언십의 디펜딩 챔피언이기 때문이다.
많은 톱랭커들이 메이저대회를 앞두고 휴식을 취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과는 달리 켑카는 메이저대회, 그것도 타이틀 방어를 하는 대회를 앞두고 미국PGA투어의 일반 대회에 출전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트리니티 포리스트GC(파71)에서 시작된 미국PGA투어 AT&T 바이런 넬슨이 그 무대다.
켑카는 첫날 6언더파(버디8 보기2) 65타(33·32)로 경기가 진행중인 10일 오전 7시50분현재 공동 5위에 올라있다. 선두권과는 2타차다.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미국PGA투어 CJ컵에서 우승할 당시의 브룩스 켑카. [사진=JNA뉴스] |
더 얘깃거리가 된 것은 켑카가 이 대회코스에 처음 와봤다는 사실이다. 켑카는 대회 이틀전인 화요일에 도착했다. 그날 트리니티 포리스트GC의 백나인에서 9홀 연습라운드를 한 것이 코스와 첫 대면이었고 그것이 연습라운드의 전부였다. 수요일에도 연습라운드를 하려고 했으나 폭우 때문에 코스가 전면 폐쇄되면서 한 명의 선수도 연습을 하지 못했다. 켑카는 트리니티 포리스트GC의 백나인에서만 연습을 하고 프론트나인은 밟아보지도 못한채 1라운드를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도 켑카는 첫날 6언더파를 기록했다. 10번홀에서 티오프한 켑카는 전반을 3언더파 32타로 마친 후 처음 접해보는 후반(1∼9번홀)에서도 3언더파(버디5 보기2)를 쳤다.
그의 이날 티샷 페어웨이 적중률은 78.6%(11/14), 그린적중률은 83.3%(15/18)였고, 3m 이내의 퍼트 16개를 모두 성공했다. 18번홀(파4)에서는 12m 거리의 긴 버디퍼트를 넣었다. 6번홀(길이 415야드)에서 어프로치샷이 그린을 오버해 벙커에서 빠지면서, 9번홀(길이 473야드)에서 234야드 거리의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벗어나면서 보기 두 개를 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켑카는 “코스를 모르고 라운드하는 것은 좀 다른 느낌이다. 어디로 공략해야 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디지북에 의존하게 마련인데 나는 첫날 야디지북을 전혀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주간 볼 스트라이킹 감이 좋다. 이를 2∼4라운드에서도 잘 유지해 다음주 USPGA챔피언십이 열리는 베스페이지 스테이트파크 블랙코스로 가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켑카는 지난해말 한국에서 열린 CJ컵을 포함해 미국PGA투어 통산 5승을 기록중이다. 그 가운데 3승(2017년 US오픈, 2018년 US오픈 및 USPGA챔피언십)을 메이저대회에서 거뒀다. 최근 열린 여덟 차례의 메이저대회 가운데 그가 우승컵을 가져간 대회는 3개로 그에게는 ‘메이저 사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자연히 다음주 열리는 USPGA챔피언십에서도 우즈와 함께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우즈는 지난해 USPGA챔피언십에서 켑카에 2타 뒤져 단독 2위를 했다. 더욱이 켑카는 올해 USPGA챔피언십 1,2라운드에서 우즈,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와 같은 조로 편성됐다.
켑카는 올해초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을 평소 약 92㎏에서 10㎏정도 감량했다. 그러자 방송해설가인 브랜들 챔블리는 지난달 마스터스 직전 이를두고 “무모한 파괴”라며 비난했다. 아닌게 아니라,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보니 그는 그 전과 달리 홀쭉해진 모습이었다. 켑카는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스터스 첫날 66타를 치며 공동 선두에 나섰고, 우즈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챔블리의 코멘트가 무색해질 지경이었다.
CJ컵 우승으로 한국 팬들에게도 낯설지 않고, 메이저대회 우승이 일반 대회 우승보다 많으며, 탄탄한 체력에서 뿜어대는 ‘300야드+알파’의 장타력이 트레이드 마크인 켑카. 이번주 화제의 중심에 선 그가 여세를 몰아 다음주 난도(難度)높은 베스페이지 블랙코스에서 다시한번 일을 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