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스리랑카 정부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부활절 연쇄 테러가 발생하기 두 시간 전에도 테러 경고를 받았지만, 정치 분열 와중에 묵살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통신은 24일 인도 당국자를 인용, 인도 정보기관 관계자가 21일 테러 발생 두 시간 전에 교회가 테러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한 관련 정보를 스리랑카 정보기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라크슈만 키리엘라 스리랑카 의회 원내지도자는 자살폭탄 테러 가능성에 대해 인도 정보기관이 지난 4일 경고했지만, 3일 후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이 주최한 개최된 안보위원회 회의에서 이 정보는 공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위 당국자들이 고의로 테러 경고를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회에 “일부 고위급 정보 당국자들이 고의로 정보를 감추고,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도 스리랑카 정부가 이달 초 미국과 인도 정보 관리들로부터 스리랑카에 ‘공격’이 계획되고 있다는 징후를 감지했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처럼 인도 등으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통해 테러 주동자 명단까지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치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스리랑카 교회와 호텔에서 8건의 연쇄 폭발이 발생해 300명 이상이 사망한 가운데, 공격을 받은 네곰보의 한 교회에 용의자가 들어가는 장면이 영상에 포착됐다. 로이터 통신은 스리랑카 당국이 23일 공개한 감시 카메라에서 용의자 한 명이 배낭을 메고 교회에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루완 위제와르데네 스리랑카 국방부 부장관은 공격 전 중대한 정보 실수가 있었다는 점을 시인했다. 테러 경고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고위급 갈등으로 대응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정보 공유가 실패해 참극이 벌어졌다.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시리제나 대통령이 이날 국방부 부장관과 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묻고 사임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랑카가 이처럼 대응에 실패한 것은 정치 분열로 경고가 묵살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리랑카는 지난해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 해임과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새 총리 임명 후 불신임 등으로 극도의 혼란을 겪었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다시 복귀했으나, 국가안보 정보 공유에서 배제됐고 부처 간 정보 공유도 단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스리랑카 경찰은 현재 60명이 넘는 용의자를 체포했으며 자살 폭탄 테러범 9명 중 8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알렸다. 이중 한 명은 여성으로 나타났다.
CNN에 따르면, 테러범 상당수가 부유층 출신으로 고등교육을 받았으며, 일부는 영국과 호주 등에서 유학한 경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제와르데네 부장관에 따르면 현재 집계된 사망자는 359명이며, 이중 39명이 외국인이고 45명은 어린이로 파악됐다.
23일(현지시각) 스리랑카 네곰보에서 폭탄 테러 희생자의 관 앞에서 한 여성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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