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증권 올해 '파격 인센티브' 내세워 구조화금융본부 인력 수혈
부국증권 관리직만 정규직 채용.. 영업직은 '용병'으로 채워
[서울=뉴스핌] 김민경 기자 = 중소형 증권사 중심으로 실적주의 연봉체제의 '메리츠' 벤치마킹이 활발하다. 안정적인 연봉제보다 높은 인센티브로 일명 업계 '선수'들을 영입해 실적을 내는 새로운 수익모델이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양증권은 최근 구조화금융본부를 신설하고 이베스트투자증권 대기업구조화금융팀 7명 전원을 영입했다. KTB투자증권과 키움증권 출신도 합류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양증권은 이들에게 기본급이 없는 대신 업계 통상 수준의 2배 가까운 인센티브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IB딜의 인센티브가 대형사의 경우 10%, 중소형사의 경우 25~35%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대우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구조화금융본부장으로 선임된 남궁환 본부장은 신한은행 구조화금융본부 출신으로 카드결제대금 구조화상품을 만든 장본인이다. 이후 흥국증권, 이베스트증권을 거치면서 400억원 규모의 이랜드 대출채권, 1045억원 규모 현대제철 카드결제 대금채권, 2500억원 규모 SK네트웍스 카드결제 대금채권 등 굵직한 딜을 소싱했다. 남궁환 본부장이 자리를 옮기면서 대한해운 대출채권과 이랜드 딜 일부도 한양증권으로 넘어오게 됐다.
한양증권은 지난해 임재택 대표 취임 후부터 업계 전문가들을 80명 이상 영입하면서 IB와 주식·파생 운용 조직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주식·파생운용 본부장에는 KTB투자증권 출신의 정호영 상무가, 투자금융본부장에는 케이프투자증권의 박선영 상무가 취임했다. 에쿼티본부로 개편된 홀세일부서는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던 변성진 상무를 영입했다.
부국증권 역시 증권사 업무에 필요한 관리직만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나머지 영업 부문은 용병들로 채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11억원의 성과급을 받아 금융감독원 공시에도 오른 프랍 트레이딩(자기자본매매)부서의 류찬열 차장 역시 솔로몬투자증권 출신이다.
이같은 중소형사들의 인력 채용은 지난 10년간 '용병제'를 실시해온 메리츠증권의 실적이 급성장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메리츠증권의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 수는 총 872명으로 총 인원의 60% 규모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대우는 14%, NH투자증권은 22%, 한국투자증권 26%에 그쳤다.
이 기간 메리츠증권은 매 해 순이익을 경신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지난 2010년 255억원에 불과하던 당기순익은 2018년 4339억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같은기간 자기자본 역시 6309억원에서 3조4731억원으로 퀀텀점프, 업계 20위권에서 6위권으로 급성장했다.
한 대형사 IB본부 임원은 "파일럿에 비유하자면 저가항공사의 경우 조종사를 새로 뽑아 훈련시키는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기존 대한항공, 아시아나 등에서 숙련된 기장들을 스카웃해 현장에 투입한다. 최근 증권사 간 인력 이동도 변화하는 자본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라며 "업계에 인프라가 있고 실적 자신감이 있는 인력들을 대거 영입해 실적에 따른 보상을 약속하는 '메리츠 전략'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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