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글로벌 외환시장의 기류 변화가 뚜렷하다.
독일 경제의 이른바 ‘그린슛’에 트레이더들이 유로화 숏 커버링에 잰걸음을 하는 한편 헤지펀드와 머니 매니저들 사이에 달러화 약세 전망이 자리잡는 모습이다.
유로화 동전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브레이크에도 저항력을 보였던 달러화가 안전자산 수요 둔화와 무역 협상 타결 기대감에 꺾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유로/달러 1년물 리스크/보상 비율이 마이너스 0.2%로 상승, 11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19개국 공동 통화에 대한 트레이더들의 비관론이 11개월래 최저치로 후퇴했다는 의미다. 이와 동시에 외환 옵션시장에서 딜러들은 유로화에 대한 하락 베팅 포지션을 앞다퉈 청산하고 나섰다.
월가 투자은행(IB) 업계도 같은 행보를 취하고 있다. UBS와 모간 스탠리를 필두로 IB들이 일제히 4% 가량 유로화 상승 가능성을 제시한 것.
최근 상황은 연초 유로존 경제 지표 악화를 빌미로 유로화를 둘러싼 비관론이 고조됐던 것과 커다란 대조를 이룬다.
지난해 4분기 제로 성장으로 간신히 침체를 모면했던 유로존 최대 경제국 독일이 소위 ‘그린슛’을 연출하는 데다 유럽과 중국의 무역 협상 기대가 투자 심리를 돌려 놓았다는 분석이다.
독일의 민간 싱크탱크인 ZEW 연구소가 발표한 4월 견기신뢰지수가 3.1를 기록, 지난달 마이너스 3.6에서 반전을 이뤘고 제조와 민간 소비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롬바르드 오디어 은행의 바실레오스 키오나키스 연구원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유로존 경제 지표가 안정을 이루고 있다”며 “외환 옵션 시장에서 유로/달러 포지션 변화가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다니엘 하렌버그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전세계 무역과 경제 성장이 여전히 둔화되는 만큼 이에 따른 충격이 앞으로도 없지 않겠지만 펀더멘털이 건재하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달러화 전망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달러 인덱스에 대한 3개월 리스크/보상 지표가 1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영역으로 후퇴한 것. 그만큼 달러화 강세론보다 약세론에 무게가 실렸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헤지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한편 투기 거래자들을 중심으로 월가 트레이더들이 강달러 포지션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이다.
미 연준의 3월 통화정책 회의 이후 고조됐던 경기 침체 공포가 한풀 꺾인 데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무역 협상이 진전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다.
거시 경제 리스크보다 연준의 긴축 사이클 종료가 당분간 달러화 등락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