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홀이 그린 가장 가장자리에서 5야드내 지점에 뚫려
13번홀은 처음으로 3야드 지점에 설치돼 ‘극한 골프’ 추구
아이언샷 정확도 없이는 버디 기회 못잡는 변별력 시험대
마스터스는 '최고의 대회'라는 자부심과 함께 여러가지 독특한 면이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이 출전하는 PGA 마스터스 현장을 특파원을 통해 생생하게 전합니다.
[미국=뉴스핌] 김경수 특파원=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의 특징 중 하나는 매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점이다. 다른 3개 메이저대회(US오픈, 브리티시오픈, USPGA챔피언십)의 개최 코스는 해마다 다르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길이7475야드)는 특히 그린이 어렵기로 정평났다. 그린은 볼이 빠르게 구르게끔 조성되는데다 그 경사와 굴곡도 심하다.
마스터스 때 오거스타 내셔널GC의 그린 스피드는 스팀프 미터 기준으로 10∼12피트로 유지된다. 날씨와 잔디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US오픈 코스는 13피트를 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도 마스터스 그린이 유명해진 것은 18개홀 그린 모두 경사와 굴곡이 심하기 때문이다. 그린의 스피드는 자체의 경사·굴곡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엄청나게 빠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2019 마스터스 골프 대회 첫날 홀 위치도. 오른쪽 맨위 13번홀의 홀 위치가 그린 오른쪽 가장자리에서 3야드 지점에 설정된 것이 특이하다. [사진=오거스타 내셔널GC] |
여기에 까다롭게 설정된 홀 위치도 한 몫을 한다. 마스터스에는 23개 위원회가 있는데 그 중 ‘컵&티마커 설치위원회’가 있다. 6명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에서 매 라운드의 홀 위치와 티마커 위치를 정한다.
마스터스의 홀(깃대) 위치는 고약하기로 소문났다. 첫날부터 그린 구석구석을 파고 들며, 대회 후반으로 갈수록 더 ‘교묘한’ 곳에 홀을 뚫는다. 그런데도 정상급 선수들은 버디 기회를 만들고 언더파 스코어를 낸다. ‘달인 열전’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다.
올해도 첫 날 홀 위치도로 봐 예외는 아니다. 선수들은 그린에 올라서 그린 중앙으로 갈 기회가 거의 없다. 깃대가 그린의 좌우전후 구석에 꽂혔기 때문이다.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골프협회(R&A)에서는 ‘홀 위치는 그린 가장자리에서 최소 4야드를 이격해야 한다’고 권장한다.
올해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홀이 그린 가장자리에서 5야드 이내 지점에 뚫린 곳은 여덟 곳이나 된다. 이 숫자는 지난해와 같다. 그 중 10,16번홀은 4야드 떨어진 곳이고, 13번홀은 고작 3야드 떨어진 곳에 홀이 뚫렸다.
마스터스에서 홀이 그린 가장자리에서 3야드(약 2.73m) 지점에 뚫린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USGA와 R&A의 지침이 무색하게 됐다. 홀을 뚫을 수 있는 극한 지점까지 간 것이다.
13번홀은 길이 510야드의 짧은 파5홀이다. 18개 홀 가운데 역대 홀 ‘난도(難度) 랭킹’ 17위로 ‘이지 홀’이다. 선수들은 대개 이 홀에서 2온을 노린다. 그래서 오거스타 내셔널GC측은 홀 길이를 늘려 난도를 높이려고 티잉구역 뒤편 부지를 샀으나 여의치 않아 그 계획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첫 날 홀 위치가 극한까지 간 것으로 보인다.
첫날 홀 위치도를 보면 홀 길이가 파에 비해 긴 5번홀(파4, 길이495야드), 11번홀(파4, 길이 510야드) 등은 홀이 그린 뒤편에 설정됐다. 상대적으로 긴 클럽으로 홀을 공략할 수밖에 없는 점이 고려된 듯하다. 그 반면 역대 홀 난도 랭킹 1위인 10번홀(파4, 길이 495야드)은 첫날 그린 앞에서 5야드, 오른쪽에서 4야드 지점에 홀이 뚫려 설상가상이 됐다.
요컨대 마스터스에서는 그린 구석구석에 뚫리는 홀 위치에 따라 정확한 아이언샷을 구사하지 않으면 버디 기회를 잡기 힘들다는 얘기다. 그래도 언더파를 치는 선수가 속출하니, ‘골프 달인’이라는 소리가 과찬이 아닐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