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11일 '낙태죄' 위헌소원 선고…"헌법불합치" 결정
이석태·이은애·김기영 헌법재판관, '단순 위헌' 결정 의견
"'헌법불합치' 결정하면 여성 자기결정권 부여·보장 안 돼"
"낙태죄 폐지되도 법적 혼란·사회적 비용 발생 없다"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낙태 처벌 규정이 제정 66년 만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가운데,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3명은 "임신 초기에는 어떠한 사유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낙태 처벌을 규정한 형법 제 269·270조 등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헌법재판관 4(헌법불합치) 대 3(단순 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선고했다.
이번 위헌 심판 대상이 된 조항은 '자기낙태죄'와 '의사(동의)낙태죄'를 각각 규정하고 있는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낙태한 임부는 징역 1년 이하나 벌금 200만원 이하, 낙태 수술을 한 의사는 징역 2년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헌법재판소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낙태 처벌을 규정한 형법 제 269·270조 등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헌법재판관 4(헌법불합치) 대 3(단순 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선고했다. 이날 헌법재판소 밖에서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사회단체 회원들이 소식을 전해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04.11 leehs@newspim.com |
이들 조항에 대해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단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단순 위헌 결정이 인용되면 해당 법 조항은 선고 즉시 효력을 잃게 된다. 헌법불합치는 단순 위헌 결정에 따른 법 공백 등을 우려해 법 개정이 이뤄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현행 법 조항을 유지하는 결정이다.
단순 위헌 결정을 내린 이석태 등 3명의 재판관들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헌법불합치' 의견과 견해를 같이한다"면서도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른바 '임신 제1삼분기'에는 어떠한 사유를 요구함이 없이 임신한 여서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 자기낙태죄 조항 및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 단순 위헌 결정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헌법불합치 의견과 견해를 달리 한다"고 밝혔다.
특히 "임신한 여성에게 자기결정권이 보장된다는 것은 임신한 여성이 임신기간 전체에 걸쳐 자신의 몸을 임신상태로 유지해 출산 여부를 원칙적으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기간 전체에 걸쳐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다만 낙태가 허용될 수 있는 예외적 사유를 법률로써 규정하는 방식은 그 요건을 충족하는 임신한 여성에게 '낙태가 불가피한 사람'의 지위를 부여해 법적 책임을 면제할 뿐, 임신한 여성에게 자기결정권을 부여하지도, 보장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사실상 그의 자기결정권을 부정 내지 박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다"면서도 "생명의 연속적 발달과정에 대해 생명이라는 이유로 동일한 법적 효과를 부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들 헌법재판관들은 아울러 "국가는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함에 있어 인간 생명의 발달단계에 따라 그 보호정도나 수단을 달리할 수 있다"며 "현재 의료계에 따르면 약 임신 22주 내외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훨씬 인간에 근접한 상태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시기 이후 낙태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낙태죄로 기소되는 사례가 매우 드물고 그 경우도 악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 상당수였던 것을 고려하면 심판대상 조항의 효과가 제한적이고 형벌조항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들 조항이 폐기된다고 해도 극심한 법적 혼란이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단순 위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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