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들 집중 조명, 과학계 석학들 '인류가 볼 수 없는 것 봤다' 찬사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우주의 거대한 검은 구멍으로 알려진 블랙홀이 인류 사상 최초로 관측, 세상에 공개됐다.
지금까지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블랙홀의 존재와 구체적인 윤곽을 확인한 것은 100여년 전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이후 과학계의 최대 업적이라는 평가다.
과학계의 석학들은 전 인류가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게 된 역사적인 날이라고 찬사했고, 이를 지켜본 각국은 열광했다.
10일(현지시각) 로이터를 포함한 주요 외신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관측된 블랙홀을 일제히 비중 있게 보도했다.
블랙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2012년 블랙홀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결성된 국제 과학자들의 모임인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 프로젝트 팀은 이날 워싱턴D.C.와 브뤼셀, 산티아고, 상하이, 타이페이, 도쿄 등 6개 도시에서 동시 뉴스 컨퍼런스를 갖고 현란한 모습의 블랙홀 영상과 사진을 전세계에 공개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공개한 영상은 처녀자리 은하단에 위치한 거대 은하 M87 중심부의 블랙홀이며, 지난 2017년부터 6개 대륙에서 고해상도의 8개 천체 망원경으로 포착해 냈다고 설명했다.
그 무엇도 탈출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중력을 지닌 블랙홀은 어떤 물체나 빛까지도 통째로 흡수하기 때문에 육안으로 관측할 수가 없는 존재다.
이번에 관측한 블랙홀의 영상도 사실 이벤트 호라이즌(사건 지평선)에서 아인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으로 인해 빛이 휘어지면서 생긴 그림자에 해당한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블랙홀 관측 결과 발표하는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 프로젝트 연구진 [사진=로이터 뉴스핌] |
블랙홀의 중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이벤트 호라이즌 경계선을 통과하는 빛이 휘어져 블랙홀을 감싸는 모습을 포착, 블랙홀 자체의 질량과 크기 등을 측정해 냈다는 얘기다.
EHT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 겸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의 셰퍼드 도엘레만 박사는 이날 컨퍼런스에서 “불과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됐던 일을 이뤄냈다”며 “이번 블랙홀 관측으로 아인슈타인의 중력 법칙을 거대한 실험실에서 확인해 낸 셈”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관측한 블랙홀이 지구에서 5500만 광년에 달하는 거리를 두고 있고, 무게가 태양 질량의 65배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EHT 프로젝트 팀은 또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에서 블랙홀 그림자의 모양이 완벽한 원에 가까울 것이라고 주장했고, 이번 관측에서 그의 판단이 정확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블랙홀의 크기와 형태 역시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에서 제시했던 주장과 맞아떨어졌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블랙홀의 실제 모습에 대한 상상이 관측용 망원경을 포함한 모든 장비 개발과 천문학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 분석, 그리고 최종 결실을 가능하게 한 동력이었다고 강조했다.
석학들은 이번 성과에 대해 찬사를 쏟아냈다. 미 국립과학재단의 프랜스 코르도바 이사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날 전세계는 볼 수 없는 것을 봤다”며 “천문학계의 역사적인 날”이라고 평가했다.
애리조나 대학의 대니얼 마론 천문학 교수는 “과학적인 픽션(fiction)이 팩트(fact)로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