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버디’를 ‘파’로 적은 바람에 아르헨티나인 첫 우승 놓쳐
파머의 제2의 볼 사건,우즈의 ‘드롭 게이트’도 한 페이지 장식
中 14세 관톈랑은 ‘만만디 플레이’로 1벌타 받고도 최연소 커트 통과
11일 오거스타GC에서 마스터스가 열립니다. 최고의 대회라는 자부심과 함께 여러가지 독특한 면이 있는 대회입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이 출전하는 PGA 마스터스 대회 현장을 특파원을 통해 생생하게 전합니다.
[미국=뉴스핌] 김경수 특파원= ‘골프는 심판이 없고, 플레이어 스스로 심판을 하는 경기다’라고 한다. 이 말이 100% 맞는 것은 아니다.
승부를 가리는 중요한 경기가 1타차로 우승이 결정되고 몇 억원이 왔다갔다하는 프로들의 경기에서는 심판이 있다. 골프는 넓은 코스에서 하는 경기이므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발생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해 선수들이 다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심판이 필요하다. 물론 심판이 모든 것을 잘 알고, 항상 적확한 판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는 세계 최고의 대회인 까닭에 규칙과 관련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 중에는 규칙을 잘 못 이해하거나 오해해 1타차로 우승이 오간 것도, 선수에 따라 규칙이 다르게 적용되기도 한 케이스도 있다. 골프 규칙이 대폭 바뀐 올해에도 규칙과 관련한 이슈가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까지 82회가 열리는 동안 마스터스에서 나온 규칙 관련 주요 해프닝을 요약한다.
로베르토 데 비센조(오른쪽)가 1968년 대회를 마친 후 스코어카드를 다시 보고 있다. 왼쪽은 그 해 비센조의 해프닝으로 연장없이 우승한 봅 골비. [사진=SI] |
◆“이런 멍텅구리 같으니라고!”… 골프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일
아르헨티나는 ‘축구의 나라’로 알려졌으나, 골프 역사도 긴 편이고 유명 골퍼들도 배출했다. 지금은 에밀리아노 그리요, 안드레스 로메로, 앙헬 카브레라의 이름이 낯익지만, 그 나라 골프의 선구자는 로베르토 데 비센조(1923∼2017)다. 그는 미국PGA투어 6승을 포함해 프로통산 231승을 거뒀다.
비센조는 1968년 마스터스 최종일 우승을 다퉜다. 그 전년도 디 오픈에서 우승한 터라 그의 상승세는 거침없어 보였다. 그는 17번홀(파4)에서 어프로치샷을 홀에 붙여 가볍게 버디 퍼트를 성공했다. 그런데도 그의 마커이자 동반 플레이어인 토미 애런(미국)은 비센조의 스코어카드 17번홀에 파를 뜻하는 ‘4’를 적었다. 비센조는 스코어카드를 제출할 때까지 그 사실을 몰랐다. 18번홀(파4)에서 보기를 해 낙담해있던 터라 정신이 없었기도 했다. 또 당시 스코어카드 접수처는 갤러리 통제 로프 바로 안에 칸막이 없는 테이블로 마련돼 있어서 주위가 어수선한 탓도 있었을 법하다.
규칙상 한 홀 스코어를 실제 스코어보다 많게 적어내면 그대로 인정된다. 물론 적게 적어내면 실격이다. 비센조는 그 1타 때문에 연장전에 들어가지 못하고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비센조는 “이런 멍텅구리 같으니라고!”라고 자책했으나 실수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비센조가 당시 우승 기회를 놓치고 41년이 흐른 2009년 카브레라는 아르헨티나는 물론 남미 선수로는 처음으로 마스터스 ‘그린 재킷’을 걸쳤다.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비센조의 사례는 골프 역사상 가장 안타깝고도 비극적인 규칙 관련 ‘사건’으로 꼽힌다. 오거스타 내셔널GC측에서는 그 다음해부터 18번홀 그린 뒤에 텐트를 치고 그 곳에서 스코어카드를 받았다. 선수들이 좀더 조용한 상태에서 꼼꼼하게 스코어를 점검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지금은 클럽하우스 옆 부속건물에 스코어링 에어리어가 있다.
◆ 아놀드 파머의 ‘개운찮은’ 첫 승
아놀드 파머(1929∼2016)는 마스터스에서 4승을 올렸다. 잭 니클로스(6승) 다음으로 많은 승수로, 타이거 우즈와 이 부문에서 동률이다. 파머는 1958년 처음 그린 재킷을 입었는데, 뒷말이 많았다.
그 해 대회 3일째 밤에 폭우가 내렸다. 그래서 최종라운드 때엔 박힌 볼을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로컬룰이 채택됐다.
최종일 1타차 선두를 달리던 파머의 12번홀(파3) 티샷이, 전날밤 폭우로 물러진 그린 뒤 비탈진 사면에 박혔다. 경기위원과 파머는 로컬룰 적용여부를 확신하지 못한 나머지 ‘투 볼 플레이’를 하기로 했다. 파머는 볼이 박힌 그대로 원래의 볼을 플레이했고 뒤이어 구제받고 드롭한 다른 볼을 플레이했다. 스코어는 원래의 볼이 더블보기(5), 구제받은 볼이 파(3)였다.
상황을 접수한 위원회에서는 파머가 15번홀을 플레이하고 있었을 때 “파머의 12번홀 드롭은 적절했고 따라서 그 홀 스코어는 파가 맞다”고 판정했다. 물론 파머는 자신의 12번홀 스코어를 모른 채 13,14번홀을 플레이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머는 13번홀에서 이글을 잡으며 상승세에 가속을 붙였고 결국 그 해 처음 마스터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러나 이 일에 대해 경기위원과 위원회에서 즉각적인 판정을 내리지 못한 점, 제2의 볼을 플레이한 시점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타이거 우즈가 2013년 마스터스 2라운드 15번홀에서 드롭을 하고 있다. 이 때 드롭 지점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으나 우즈는 '무벌타' 판정을 받았다. [사진=오거스타 내셔널GC] |
◆ 타이거 우즈의 ‘드롭 게이트’
2013년 2라운드 15번홀(파5)에서 벌어진 일이다. 우즈의 서드샷이 잘 맞았는가 싶었으나 깃대를 정면으로 맞히고 앞으로 굴러 그린앞 워터 해저드에 빠졌다. 우즈는 1벌타 후 종전 쳤던 곳에서 다시 치는 옵션을 택했다. 그런데 원래 자리에 드롭하지 않고, 그보다 두 걸음 뒤에 드롭했다. 이는 라운드가 끝난 후 한 시청자가 제보해서 알려졌다.위원회에서는 비디오 판독 끝에 우즈의 드롭에 잘못이 없다고 판정했다.
그런데 우즈의 인터뷰가 사단이 됐다. 우즈는 기자들에게 “원래 쳤던 곳보다 2야드 뒤쪽에 드롭하고 쳤다”고 말해버렸다. 위원회의 판정을 뒤집는 것이었다. 당연히 ‘오소 플레이’로 2벌타를 받았어야 했고, 그것을 감안하지 않은 스코어카드를 냈기 때문에 스코어 오기로 실격을 당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즈에게 ‘면죄부’를 준 위원회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골프 황제’에게 약한 위원회를 빗대 ‘우즈의 드롭 게이트’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중국 14세 소년, ‘느긋한 플레이’로 벌타 받아
중국의 소년 관톈랑은 2012년 아시아·태평양 골프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그 이듬해 마스터스 출전 티켓을 땄다. 만 14세의 최연소로 오거스타 내셔널GC를 밟은 그는 역대 최연소로 커트를 통과해 다시한번 세계 골프계를 놀랬다.
더욱이 관톈랑은 그 해 2라운드에서 슬로 플레이로 1벌타를 받고도 3,4라운드에 진출했다. 그에게 벌타를 준 장본인은 유러피언투어의 베테랑 경기위원 존 파라모였다. 파라모는 선수를 가리지 않고 엄격한 규칙 잣대를 들이대는 것으로 정평난 사람이다. 20세가 된 관톈랑은 미국 애리조나대학에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중국은 세계랭킹 39위 리하오통(23) 한 명만 출전하나 중국 골프는 관톈랑의 벌타를 딛고 미래를 향해 빠른 걸음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