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샘 스니드 우승 때 처음 수여한 후 전통으로 굳어져
오늘날 대부분 골프대회 챔피언에게 입혀주며 ‘우승 상징’돼
새 챔피언에겐 비슷한 체격의 회원 것 골라 준 후 나중에 맞춰줘
11일 오거스타GC에서 마스터스가 열립니다. 최고의 대회라는 자부심과 함께 여러가지 독특한 면이 있는 대회입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이 출전하는 PGA 마스터스 대회 현장을 특파원을 통해 생생하게 전합니다.
[미국=뉴스핌] 김경수 특파원=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가 다른 메이저대회와 차별화된 독창성 가운데 하나가 ‘그린 재킷’이다.
1932년 문을 연 오거스타 내셔널GC는 그 5년 후부터 회원들에게 그린 코트를 입게 했다. 뉴욕에 있는 브룩스 유니폼이라는 회사에서 구입하도록 했다. 특히 마스터스 골프 대회 기간엔 반드시 이 재킷을 착용해 패트론(갤러리)들이 알아보기 쉽게 했다. 회원들은 처음엔 그린 코트를 입는 것을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런데 몇 년 후 옷이 가벼워진데다 골프장내 골프숍에서 맞춤제작이 가능해지자 회원들은 너나없이 입기 시작했다.
그린 재킷이 마스터스 챔피언에게 수여된 것은 13회 대회 때인 1949년 우승자 샘 스니드가 효시였다. 그린 재킷은 싱글 브레스티드(상의의 앞여밈이 싱글로 된 것)에 왼쪽 가슴 부위의 포켓과 브라스 버튼에는 오거스타 내셔널GC의 로고가 새겨져있다. 물론 재킷 전체 색상은 녹색, 그것도 ‘마스터스 그린’이다.
2014년 대회 시상식 장면. 챔피언 버바 왓슨이 직전 챔피언 애덤 스콧의 도움을 받아 그린 재킷을 입고 있다. [사진=오거스타 내셔널GC] |
매년 대회 마지막날 우승자가 가려질 즈음엔 골프장측이 분주해진다. 예상 챔피언의 체격에 맞는 기존 회원의 그린 재킷 몇 개를 골라두었다가 챔피언이 결정되면 그 중 맞는 재킷이 주어진다. 그 해 챔피언이 시상대에서 입는 그린 재킷은 ‘임시 재킷’인 셈이다. 시상식 후 새 챔피언은 자신의 품 치수를 골프숍에 얘기해 본인이 평생동안 입을 그린 재킷을 제공받는다. 챔피언은 이 맞춤 그린 재킷을 1년동안 집으로 가져가 보관한 후 다음해 대회 때 골프장측에 넘겨줘 영구보관케 한다.
약 300명의 회원과 역대 챔피언(명예회원)들은 마스터스 기간은 물론 골프장을 방문할 때마다 그린 재킷을 입는다. 두 차례 이상 우승한 선수라도 체격이 급변하지 않는 한 하나의 그린 재킷만 지닌다.
마스터스에서는 새로운 챔피언이 그린 재킷을 입을 때 전년도 챔피언이 거들어주는 것이 전통이다. 2년연속 우승한 챔피언에게는 누가 도우미로 나설까. 1966년 잭 니클로스는 대회 사상 처음으로 2연패를 달성했다. 마스터스 공동창설자인 보비 존스는 이때 니클로스에게 ‘이중의 역할’을 하도록 조언했다. 요컨대 혼자서 코트를 주고 받아 입으라는 뜻이었다. 니클로스는 그 주문을 좇아 재킷을 스르르 입었는데 이 동작이 많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1990년 닉 팔도가 2연패를 할 당시엔 호드 하딘 회장이 재킷 입는 것을 도왔고, 2002년 타이거 우즈가 2년 연속 정상에 올랐을 땐 윌리엄 존슨 회장이 시상식 도우미로 나섰다.
마스터스의 그린 재킷은 오늘날 대부분 골프 대회의 시상식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다만 재킷 색상은 대회마다 다른데, 여자대회의 경우 핑크 재킷도 가끔 볼 수 있다. 또 ‘우승했다’는 표현 대신 ‘그린 재킷을 걸쳤다’나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됐다’는 말을 쓸 정도로 그린 재킷은 골프 대회 챔피언을 상징하는 것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