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중 ETRI 미래이동통신연구본부장
20Mbps 속도 당장 체감은 힘들어...망 촘촘히 깔려야
'시너지' 위해선 민관 협력 요구...상생구조 뒷받침 돼야
[편집자] 3G, LTE에 이어 5세대(5G) 통신 시대가 시작됩니다. 사물과 인간이 촘촘히 이어지는 명실상부한 '초연결시대'가 구현되는 것입니다. LTE 보다 20배 빠른 네트워크 속도는 일상의 변화는 물론 인공지능·가상현실·자율주행·스마트홈 등 4차산업혁명을 완성하는 기반입니다. 뉴스핌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와 맞물려 5G란 무엇이며, 기업과 정부의 역할, 바뀌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등 총 50회에 걸친 '5G 빅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과거 이동통신 서비스는 전화기, 전화라는 행위를 통해 실현이 됐다. 하지만 5G는 스마트폰을 넘어 스마트팩토리, 자율자동차 등의 새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사업자와 개인의 요구가 맞아 떨어졌다. 초점이 B2C(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에서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로 옮겨 가는 과정에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가 열렸다. 끊김없는 통신에 초점을 맞췄던 이동통신 기술은 이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일등공신이 됐다.
5G시대를 연 산파 중 한 명인 김태중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미래이동통신연구본부장은 5G 기술이 다양한 산업군에서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와 같은 새로운 분야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태중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미래이동통신연구본부장. |
다만, 5G가 막힌 혈자리를 뚫어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경계했다. 무선 통신을 바탕으로 한 기술 혁신 등은 기대할 수 있겠지만, 유선 통신 기반의 무선화 등은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이 특징인 5G라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 본부장은 9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5G 시대 개막'에 대해 "통신 시장은 그동안 10년 단위로 진화를 해왔다. 이제 5G라는 새로운 10년이 열렸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앞선 1·2·3세대 통신 시장은 '원활한 통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4G와 5G 시대엔 개인뿐 아니라 '사업자의 요구'를 함께 충족시키고 있다는 데 차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3세대 이동통신 끝자락에 출시된 아이폰의 영향으로 방대한 트래픽 처리가 요구됐고, 다양한 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 이용하게 됐다"며 "반면, 4G나 5G 시대의 성격은 약간 다른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4G LTE 대비 전송 속도가 최대 20배 빨라진 5G는 스마트폰을 넘어 스마트팩토리, 자율자동차 등의 새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사업자와 개인의 요구가 맞아 떨어진다고 그는 설명했다. 다만 5G 속도로 알려진 20Mbps는 적어도 7~8년 뒤 구현될 전망이어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5G가 상용화 되더라도 개인이 그 속도를 크게 느끼진 않을 거라고 본다"며 "(통신) 세대별(10년 기준)로 속도가 향상되는 특징이 있고, 통신 사업자가 망을 얼마나 촘촘하게 깔았는지 등도 속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5G는 3.5GHz와 28GHz의 두 주파 수를 사용하는데 3.5GHz대역은 이용 기간(10년) 15만개의 기준 기지국(기준국)을 설치해야 한다. 초기 3년은 전체 기준국의 15%, 5년까지는 30%를 구축해야 한다. 28GHz 대역은 5년간 10만대를 구축하되 처음 3년간 15%인 1만 5000대를 설치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현재 4G 기지국은 전국에 이동통신사마다 20만개가 넘게 깔려다. 5G는 이보다 4배 이상 많은 기지국이 요구된다. 따라서 4G와 같은 망구성을 위해선 100만대 이상의 기지국이 필요해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사들은 이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경쟁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편 5G 기술 적용 분야가 다양한 만큼 기업 및 민간 기관들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ETRI가 현재 대기업 위주로 돼 있는 5G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속적으로 표준 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지난 3G 세대 당시, 국내 중소기업이 중계기를 만들면서 몇천억원 규모의 회사가 생겼으나, 4G LTE 시대가 열리고 벤더들이 이 같은 역할을 담당하면서 시장이 없어졌다"며 "큰 회사가 중계기(신호가 더 먼거리에 다다를 수 있게 도와주는 전자 기기)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다른 중소기업이 만드는 중계기도 기지국에 붙일 수 있는 그런 생태계를 다시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중소기업에 필요한 기술부분에 초점을 맞춰 표준기술을 개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역할을 나눠서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