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유정 기자 = # 직장인 김모씨(43) 가족은 지난 2월 A투어의 ‘캐나다 동부 9일’ 패키지 상품을 1인당 약 300만원에 결제했다. 출발 전 모든 금액을 결제했기에 추가 요금이 없을 줄 알았지만 도착해보니 옵션 투어에, 가이드 팁까지 약 300달러 이상을 추가로 지불해야 했다. 옵션 투어가 비싸 이용하지 않으려 하자 가이드는 인솔도 없이 2시간을 넘게 대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같이 간 가족을 추운 곳에서 2시간 이상 떨게 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옵션투어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추후 항의하자 가이드는 일정표를 보여주며 "미리 공지된 사항"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B투어의 ‘필리핀 세부 3박5일’ 상품을 30만원 정도에 구입한 황모씨(28). 저렴한 상품이라 어느 정도 쇼핑과 옵션 투어는 생각했지만 일정표와 너무 다른 여행에 화가 났다. 무료라고 표시돼 있던 체험 다이빙은 수영장 같은 곳에서 5분 정도 강습하는 것이었고 다이빙은 120달러를 추가로 내야 했다. 투어를 하지 않으면 다이빙 숍에서 2시간을 마냥 기다려야 했다. 다이빙을 원치 않았던 황씨와 일행들은 그냥 2시간을 기다렸다. 이후 쇼핑 일정에서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자 가이드의 태도가 돌변했다. 쇼핑을 은근히 압박하는 것은 물론 계속 인상을 쓰고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는 등 일정 내내 가이드의 눈치를 봐야 했다.
# 최근 중국 북경으로 4일간 여행을 떠난 학생 김모씨(25)와 일행 2명은 '차창외관관광'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일정 중 관광하기로 했던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을 가지 않자 가이드에게 물으니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는 것으로 대체한다고 답했다. 가이드에게 일정표에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따지자 '차창외관관광'이라고 일정표에 명기돼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답답한 마음에 홈페이지를 살펴봤더니, 한참을 더 클릭해 들어가야 하는 페이지에 아주 작은 글씨로 '차창관광'이라고 표기돼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위 세 가지 사례처럼, 패키지여행 상품을 선택했다가 낭패를 겪는 여행객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사에서 제공한 일정표의 불포함 사항이나 옵션, 쇼핑 등이 실제 여행과 달라 벌어지는 분쟁이 대표적인 유형이다.
패키지여행 상품은 항공권, 호텔과 전일정의 관광 및 식사가 포함된 단체 여행상품을 일컫는다. 미리 구성된 일정에 따라 여행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편한 여행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옵션투어와 쇼핑에 대한 강요가 여행 일정 내내 계속된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이것을 행하지 않았을 때 불이익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 되고 있다. 또 아무리 일정표에 ‘현지 상황에 따라 관광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지만, 지나치게 빈발하는 돌발상황에 소비자 항의가 적잖다.
여행객들이 패키지여행에서 옵션투어를 선택하지 않았을 때 아무것도 없는 빈방에서 대기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쇼핑센터에서 아무 것도 구매하지 않으면 일정 내내 가이드의 푸대접을 받는 등 불이익을 받았다는 글도 커뮤니티 등에 심심찮게 올라온다. 짜여진 일정에서 옵션투어가 중심관광이 되다보니 오히려 관광지는 가지 않고 차창 너머로 본 뒤 마사지를 받으러 가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김기현 자유여행기술소 투리스타 대표는 “패키지여행이라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항공권 가격도 되지 않은 상품에 많은 옵션투어와 쇼핑을 강요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지나치게 저렴한 상품을 피하고 노옵션, 노쇼핑이라고 표기된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또 상품을 결제하기 전에 일정표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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