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보안법과 합의문 문안 걸림돌"
[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 미국과 중국이 진행 중인 무역 협상에서 새로운 진전을 이뤘다고 밝히며 양국의 협상이 4월에 마무리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백악관은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양측은 협상과 중요한 다음 단계에 관한 진솔하고 건설적인 논의에서 계속 진전을 이뤄나갔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은 내달 말 협상 타결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중 양측 관계자를 인용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측 협상단과 류허 부총리를 필두로 하는 중국 측 협상단이 4월 말까지 합의를 마무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므누신 장관은 트윗을 통해 베이징에서 건설적인 무역 협상을 마쳤다고 밝히면서 "중국 류허 부총리를 다음 주 워싱턴에서 맞이해 중요한 무역 협상을 이어가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당초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열어 무역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던 양측은 몇 가지 쟁점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이날 미국과 중국이 중요한 합의안을 논의했으며 무역 협상에서 새로운 진전을 이뤘다고 전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은 이번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 "양국이 기술이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며 "기술이전 문제가 이번 협상의 최대 현안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어 "양국은 기술 이전 문제 외에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고, 비공개로 진행된 협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WSJ에 따르면, 이번 베이징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사이버보안법이 주요 협상 이슈가 됐고, 미국은 중국 측에 사이버보안법의 완화를 압박했다.
사이버보안법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해외 기업에 민감한 네트워크 데이터 기반을 중국에 둘 것과 서버나 라우터를 비롯한 관련 장비를 중국업체들로부터 조달하도록 규정, IT 기업을 비롯한 미국 등 글로벌 기업들에는 큰 도전이 돼왔다.
중국은 그동안 사이버보안법 관련 이슈를 미국과의 무역협상 의제로 다루는 것을 거부해왔으나 최근 몇주 사이에 전체적인 협상 진전을 위해 논의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협상이 더 길어질 조짐도 없지 않다. 사이버 보안법 등 기술관련 이슈와 협정 문안을 두고 또 한번 줄다리기가 예상돼 낙관만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베이징에 이어 다음주 워싱턴D.C.로 이어지는 양국 협상은 주요 쟁점에 대한 줄다리기 이외에 120페이지 분량의 합의문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데 무게가 실릴 것으로 주요외신들은 보고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이어 류허 부총리도 막판 협상이 수 개월에 걸쳐 늘어질 가능성을 제시한 가운데 합의문 문구를 결정하는 문제가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했다는 것이 소식통과 외신들의 진단이다.
이날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양국의 언어와 문화적인 차이가 합의점 마련에 걸림돌로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각각의 문구와 용어가 앞으로 합의안 이행 과정에 분란과 마찰의 불씨가 될 수 있어 양측 협상 팀은 날을 세운 채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 가지 단어가 여러 가지 뉘앙스와 의미를 내포한 중국어의 특징적인 부분에 미국 측 협상 책임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식이다. 과거에도 이같은 표현문제로 양국 사이에 마찰을 일으킨 일이 있었다.
지난 2001년 미 해군 정찰기가 하이난 해역에서 PLA 전투기와 충돌, 중국 조종사가 숨졌을 때 중국 정부의 사과 요구에 미국 측이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대응, 극심한 외교 위기가 발생했다.
더구나 중국 정부의 ‘입’으로 통하는 관영 매체 인민일보도 중국 협상 팀이 ‘딜을 위한 딜’을 체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국가 안보 및 경제적 이해를 위협하는 내용의 협상에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중국 정부가 4월 말까지 협상 타결을 목표하고 있다는 기존의 보도와 상반되는 것이다.
류허(劉鶴) 중국 국무원 부총리(중앙)가 댜오위타이(釣魚台) 국빈관에서 미국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우),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좌)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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