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한진칼 손 들어줘...가처분 이의 신청 인용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한진칼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CGI)의 주주제안 안건을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하지 않을 예정이다. 법원의 '주주총회 의안상정 가처분 인가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항고심서 이겼기 때문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뉴스핌DB] |
21일 법조계와 한진그룹에 따르면, 이날 서울고등법원 민사25부는 한진칼이 KCGI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상대로 낸 가처분 이의 신청을 인용했다. 주총을 약 일주일가량 앞두고 1심을 뒤집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앞서 KCGI는 지난 1월 한진칼에 주주제안서를 보내 △감사 1인 △사외이사 2인 △감사위원회 위원 2인 △석태수 대표를 제외한 사내이사 1인 선임 등을 요구했다.
이에 한진그룹은 소수주주인 KCGI가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려면 6개월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하는데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KCGI가 설립한 그레이스홀딩스 등기 설립일은 2018년 8월 28일로 지분 보유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는 이유에서다.
상법 제524조의6에 따르면, 자본금 1000억원 이상 상장사의 소수주주는 특례요건에 따라 최소 6개월 전부터 0.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해야만 주주제안권 등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이 내용은 특례규정으로 주주제안권과 관련한 일반규정보다 우선 적용된다.
KCGI의 출자회사 그레이스홀딩스의 설립 등기일은 2018년 8월 28일로, 주주제안서 발송일인 2019년 1월 31일과 5개월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즉 한진칼의 지분 10.8%를 보유하고 있는 KCGI가 지분 보유기간을 충족시키지 못한 채 주주제안을 한 셈이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1심 재판부는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을 상대로 제기한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한진칼은 서울고법에 항고한 상태에서 KCGI의 주주제안을 '조건부'로 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에 대해 당시 한진그룹은 "서울고등법원의 항고심 판단이 늦어져 부득이하게 조건부로 상정했다"며 "법원에서 KCGI 측이 주주제안 자격이 없다는 결정이 내려질 경우, 해당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2심에서 법원이 한진칼의 손을 들어주면서 오는 29일 주총에서 KCGI가 제안한 안건을 논의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설령 KCGI가 이날 판결에 불복하더라도 주총까지 날짜가 촉박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마땅치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us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