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이른바 ‘리버스 양키채’가 수년간의 동면에서 깨어나는 움직임이다.
미국 기업들이 앞다퉈 유로화 표시 채권 회사채 발행에 뛰어든 것. 미국과 유로존의 금리 스프레드가 벌어지면서 발행 비용 측면의 이점이 부각된 결과로 풀이된다.
유로화 동전 [사진=로이터 뉴스핌] |
20일(현지시각) 회계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연초 이후 미국 기업이 발행한 유로화 표시 채권은 284억6000만유로(323억1000만달러)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발행액인 67억1000만유로에서 네 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특히 코카콜라와 콜게이트 팔모리브가 각각 35억유로와 10억유로의 대규모 유로채 발행으로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미국 기업들의 유로채 발행이 후끈 달아오른 것은 금리 차이와 함께 환헤지 비용의 하락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유로존의 벤치마크 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 영역에 머무는 실정이고, 미국과 독일의 10년물 국채 스프레드는 약 2.5%포인트로 벌어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2015년 12월 제로금리 정책을 종료한 이후 총 9차례에 걸친 금리인상을 단행한 사이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를 올리지 못했고, 당분간 통화정책 정상화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실 양측의 금리는 지난해에도 크게 벌어졌지만 환헤지 비용이 미국 기업의 유로채 발행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올들어 관련 비용이 하락하자 미국 기업들이 낮은 비용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이체방크의 마이클 제젝 신용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ECB의 비둘기파 정책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유로존이 다시 값싼 자금 시장으로 재부상했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로채 시장의 활황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BM과 화이자, 안호이저 부시 인베브 등 미국 대기업이 관련 회사채 발행에 공격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어 시장 외형 확대가 기대된다는 얘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 채권 지수에 따르면 독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대비 회사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연초 1.09%포인트에서 0.86%포인트로 하락했지만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가 꺾이지 않는 상황도 유로채의 장밋빛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잠재적인 리스크 요인이 없지 않다고 지적한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미국과 EU의 무역 마찰 등 신용시장을 흔들 수 있는 악재들을 간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 기업의 과도한 부채 규모와 투자등급 최하위인 BBB 회사채의 정크 강등 리스크 역시 투자 심리를 꺾어 놓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