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지난해 경제성장 둔화와 타이트해진 대출 여건으로 중국 회사채 디폴트 규모가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싱가포르 은행 DBS는 지난해 역내에서 발행되는 위안화 표기 회사채 디폴트 규모가 1196억위안(약 20조1646억원)으로 2017년에 비해 네 배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의 추정치는 이보다도 높다. 노무라는 지난해 위안화 표기 회사채 디폴트 규모가 1596억위안(약 26조9086억원)으로 역시 2017년 추정치에 비해 네 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역외에서 발행되는 달러화 표기 회사채 디폴트 규모도 지난해 70억달러(약 7조9100억원)으로 거의 전무했던 2017년에 비해 급증했다고 노무라증권은 추산했다.
특히 에너지기업들의 디폴트 규모가 지난해 464억위안으로 총 위안화 표기 회사채 디폴트 규모의 540% 가까이 차지했고, 소비재 기업들이 그 뒤를 따른 것으로 DBS 보고서에서 나타났다.
DBS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위안화 표기 회사채 규모가 3조5000억위안에 이른다며, “위험 투자 수요가 줄어든 데다 대규모 만기 물량도 기다리고 있어 올해에도 디폴트 물결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위안화 지폐 [사진=블룸버그] |
DBS는 금리 상승으로 인해 기업들의 자본조달 여건이 악화됐다며, 지난해 1월에만 해도 마이너스(-)3.1%였던 실질금리가 올해 1월에는 4.35%로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부터 2018년 초까지 미국 경제가 활황을 보이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 사이클에 돌입하면서,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수익률이 올라 달러화 표기 채무 금리가 상승했다.
게다가 지난해 위안화 가치가 미달러 대비 계속 하락하면서, 위안화로 매출을 거두는 중국 기업들이 달러 표기 채무 상환에 어려움이 더욱 커졌다.
DBS는 “중국 인민은행의 계속되는 통화정책 완화에도 불구하고 재융자 여건이 타이트해지고 있다”며 “시중 은행들이 민간기업이나 재정 상태가 나쁜 국유기업들에 대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DBS는 특히 부동산 부문에서 최근 단기채 발행이 대규모로 이뤄진 만큼, 주택시장이 둔화되면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자금 압박이 극도로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그림자금융 단속 강화도 디폴트가 급증하는 이유라고 지목했다. 신용도가 낮은 민간기업들의 주요 자금원이었던 그림자금융 단속이 강화되자 자금을 구하지 못한 기업들이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올해 은행 대출을 독려하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부담이 일부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