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약제비로 540만원 지출..의원이 운영하는 식당서 700만원 집행
감사원 "집행목적에 맞게 사용돼 문제 없다"
시민단체 "업무추진비 부당집행에 면죄부 준 꼴"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서울시 자치구의회가 의회운영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집행했다는 시민단체의 문제제기에 대해 감사원이 대부분 ‘문제없음’으로 결론 내 봐주기 감사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15일 감사원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투명센터)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1월 14일부터 8일간 서울시 자치구의회 의회운영업무추진비(업무추진비) 집행 실태에 대해 감사를 벌였다. 이는 투명센터가 앞선 지난해 8월 서울시 22개 자치구의회가 부당하게 업무추진비를 집행했다며 공익감사를 청구한 데 따른 조치다.
감사원이 서울시 자치구의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의회운영업무추진비 집행 실태' 감사보고서 중 용산구의회 A 전 의장이 자신의 혈압약 구매 등에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내역. [사진=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
투명센터는 당시 △의원들의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공무국외연수기간 중 업무추진비 국내 집행 △업무추진비 선심성 집행 △50만원 이상 업무추진비 집행 △의원 가족 및 동료의원의 음식점에서 업무추진비 집행 △휴일에 업무추진비 집행 등이 확인됐다며 관련 내역을 공개했다.
해당 자료를 살펴보면, 용산구의회 A 전 의원은 자신의 혈압약 등을 구매하는데 업무추진비 540여만원을 사용했고, 강남구의회는 B 전 의원이 운영하는 식당 등에서 830여만원을 결제했다. 관악구의회는 기념품, 사은품 명목으로 등산복 매장에서 700여만원을 집행했다.
또 자치구 의원들이 국외연수에 나가 있는 기간에도 국내에서 업무추진비가 사용되는 등 부당집행 의심사례들이 발견됐다.
하지만 감사원이 최근 A 전 의원의 혈압약 구매에 대해서만 회수 조치를 명령하고, 나머지 항목들은 문제가 없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해 논란이다. ‘보여주기식’ 감사로 명백한 부당집행 사례 일부만 잡아내고 다른 사례들에는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지난 5일 투명센터에 ‘서울특별시 기초의회 의회운영업무추진비 집행 실태’ 감사결과를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 보고서를 통해 "A 전 의원이 개인 약제비로 사용한 비용을 모두 회수하고 업무추진비가 집행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등산복 구매 등과 관련해서는 “관련법에 따르면 지방의회가 주관하는 직무와 직접 관련된 행사 관계자에게 기념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관악구의회가 의원 워크숍이나 체육대회 때 체육용품을 제공한 것이 규칙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관악구 의회가 의원 가족 및 동료의원의 음식점에서 업무추진비를 집행한 사례는 “이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해당 사례는 행정안전부가 낸 ‘2018 지방의원 의정 활동 가이드북’에서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사례로 소개된 바 있다.
감사원은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집행목적에 맞게 사용돼 문제를 발견할 수 없어 종결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투명센터는 “감사원의 보고서 대부분이 ‘알아보니 문제가 없었다’는 식으로만 돼 있는 등 정확한 설명이나 해명이 없다”며97술한 업무추진비 집행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현행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을 기준으로 살펴본 결과, 등산복 구매는 의회가 주관한 체육대회에서 기념품으로 지급됐기 때문에 의정활동에 필요한 집행으로 볼 수 있고 의원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 역시 금지사항은 아니다”며 “감사보고서에서 이에 대한 근거 등을 충분히 설명했고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봐주기나 면죄부를 줬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