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업계 "신 회장 새 협상안, 시간끌기용 카드...결국 가격문제"
보험업계 "신 회장, 경영권 뺀 모든 것 제시 불구 협상 안될 듯"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투자금 회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재무적투자자(FI)측에 새 협상안을 제안했지만 IB(투자은행)업계에선 FI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봤다. 결국 신 회장측의 마지막 시간끌기용 카드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FI측은 원안대로 풋옵션을 행사할 것이란 중론이다.
13일 IB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최근 FI들에게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했다. 새 협상안은 △ABS 발행을 통한 유동화 △FI지분의 제3자 매각 추진 △IPO 성공 후 차익보전 등이다.
이에 대해 IB업계에선 세가지 방안 모두 FI와 풋옵션 행사가가 합의되지 않는한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반응이다. 결국 신 회장측 협상안은 신 회장 지분은 손대지 않고 FI 풋옵션 행사가를 낮추라는 의미인데 이를 FI가 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IB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궁지에 몰린 신 회장이 경영권을 제외한 모든 카드를 다 꺼낸 것 같다”며 “FI들은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신 회장의 경영권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미지=교보생명] |
신 회장이 제시한 협상안 중 첫 번째는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해 FI주식(약 601만주)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S)를 발행하겠다는 것이다. ABS 발행을 통해 FI는 지분을 현금화해 엑시트를 할 수 있다. SPC는 주식 배당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ABS를 발행하기 위해선 FI의 풋옵션 가격조정이 선행돼야 한다. 또 ABS의 이자(배당) 수준도 현재와 비슷해야 한다. 하지만 생명보험업 성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FI가 신 회장 측에 통보한 가격(주당 40만9000원)으로는 ABS를 발행하기 어렵다. 설령 발행한다 해도 현재 FI에게 지급했던 배당 수준으로 투자 매력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제3자에게 FI지분을 넘기는 방법도 선행될 부분이 풋옵션 가격이다. FI가 원하는 가격으로는 지분 투자자를 구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역시 투자자를 찾으려면 풋옵션 행사가에 대한 협상이 우선이다.
이 외에 IPO 이후 FI에 차익을 보전하는 방법도 만만치 않다. 현재 삼성생명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6배, 한화생명은 0.4배 수준이다. 교보생명 가치를 이 중간 정도로 산정해 PBR 0.5배로 공모가를 구하면 약 20만원 내외다.
20만원 수준의 공모가로 IPO 후 FI에게 차익을 보전하기 위해 신 회장은 1조2000억원의 사재를 털어야 한다. 하지만 신 회장의 자산 대부분은 교보생명 주식이고 결국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는 의미다. 공모가가 시강 가격보다 높게 산출하면 투자자를 모으기 어렵다. 결국 이 또한 풋옵션 행사가 조정이 전제돼야 한다.
보험업계 한 임원은 “이번에 신 회장 측이 새로 제시한 협상안 모두 말뿐”이라며 “세 가지 협상안 모두 FI의 풋옵션 행사가가 사전에 조율돼야 한다”고 일축했다. 이어 “신 회장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모든 카드를 꺼냈지만 FI가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을 보다 명확히 보여준 셈”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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