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에서 내년 4월 '동일노동 동일임금' 관련법 시행을 앞두고 정규직 직원의 복지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11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특히 올해 춘투(春鬪)에서 관련 내용이 주요 테마 중 하나로 다뤄지면서, 노동조합 측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기업 측이 인건비 증가를 꺼리고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의 대우를 끌어올리는 대신 정규직의 복지도 삭감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춘투는 매년 2~3월 진행되는 노사 간 임금 협상을 뜻한다.
일본 취업설명회 현장 모습. [사진=일본 총무성] |
신문에 따르면 일본우정그룹(JP)노동조합은 이번 춘투에서 비정규직 사원에게도 '부양수당'을 지불하라고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제까지 부양수당은 정규직에게만 지급돼왔다. 이 같은 내용에 도쿄 내 우편국에서 일하는 한 50대 정규직 남성은 이번 춘투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내년 4월부터 대기업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관련 법이 적용된다. 노조의 요구는 바람직한 대응으로 보이지만, 노조가 배포한 춘투방침 설명자료엔 "(부양수당에서) 부분적 인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술돼있다. 해당 남성은 "(자신이) 그 대상이 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밝혔다.
JP의 부양수당 총액은 연 268억엔이 넘는다. 비정규직에게도 같은 수준의 수당이 지급된다면 80억엔이 추가될 전망이다. 사측이 이처럼 큰 폭의 부담증가를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정규직들 사이에서 불안한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JP노조 위원장은 지난 2월 14일 정규직 처우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위해 정규직의 처우를 낮춰 균형을 맞추는 방법은 취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당 남성은 "자료내용이 본심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실제 JP노조는 부양수당 가운데 월1만2000엔인 배우자 수당을 반으로 줄이고, 대신 월3100엔(기본액)인 자녀수당을 배로 늘리는 '분배 재구성'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의 부담이 큰 배우자수당을 줄이는 대신, 비정규직에게도 수당을 지급하도록 협상 재료로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남성은 자녀가 독립해 현재는 아내와 두 명이서 생활하고 있다. 배우자 수당만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급여 뿐만 아니라 보너스 등의 금액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경우 연 10만엔 넘게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는 "일부 중·고년층을 노린 것 같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정규직 대우를 낮춰 비정규직과 맞추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명시해놨다. 하지만 인건비 증가를 꺼리는 건 모든 기업이 마찬가지란 점에서 이 같은 우려는 JP에만 한정된 고민은 아니다.
미즈마치 유이치로(水町勇一郎) 도쿄대 교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은 보다 효율 좋은 운영을 추구해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정규직의 임금제도에 손을 대는 것은 가장 피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기업 경영이 저임금 비정규직에 지나치게 기대왔다"고 덧붙였다.
◆ 비정규직 상여나 퇴직금, 판단 어려워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관련된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다. 판단이 어려운 항목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퇴직금이나 보너스 등의 수당이다. 일본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불합리한 처우 차별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는 기본금과 수당 등 각각의 목적에 비춰 불합리한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퇴직금 등의 일부 수당에 대해선 명시돼있지 않다.
다만 신문은 "최근 고등재판소(법원)에서 비정규직에 보너스나 퇴직금을 주지않는 건 위법이란 판결이 나왔다"며 "향후 노사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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