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유로존이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장기 저성장과 저인플레이션, 그리고 눈덩이 부채의 악순환에 갇힐 것이라는 얘기다.
2011~2012년 극심한 부채위기가 공동통화존을 강타했을 때 제기됐던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든 것.
경기 한파가 거세지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동성 공급에 나선 가운데 유럽 은행권이 부채위기 이후 처음으로 국채 매집에 나서는 등 대륙 전반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유로화 동전 [사진=로이터 뉴스핌] |
8일(현지시각) ING는 보고서를 내고 유로존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으로 향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경제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단기 금리와 통화정책, 여기에 인구구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2013년 가시화된 유로존의 ‘일본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주장은 이탈리아가 지난해 4분기 기술적인 침체에 빠진 데 이어 유로존의 최대 경제국인 독일 역시 침체 리스크를 맞은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소방수’를 자처하고 나선 ECB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힘입어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진정됐지만 인플레이션은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2월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1.5%를 기록해 전월 1.4%에서 상승했지만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핵심 물가는 1%로 후퇴했다.
성장률도 기울고 있다. 독일이 지난해 4분기 ‘제로 성장’을 기록하며 간신히 경기 침체를 모면한 가운데 1월 산업생산이 7개월래 최대 폭으로 감소하는 등 적신호가 뚜렷하다.
당초 1%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탈리아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낼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고,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9년과 2020년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0%와 1.2%로 제시했다. 이는 앞서 공개됐던 1.8%와 1.6%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침몰 위기의 실물경제는 유로존 통화정책의 발목을 붙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15년 12월 제로금리 정책 종료 이후 총 9차례에 걸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사이 ECB는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한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했지만 침체 경고가 끊이지 않자 ECB 정책자들은 장기 저리 유동성 공급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여기에 눈덩이로 불어난 공공 부채까지 유로존이 처한 현실이 1990년 중반 이후 일본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 ING의 주장이다.
유럽 은행권이 최근 국채 매입에 공격적으로 나선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ECB의 데이터에 따르면 은행권은 지난 1월까지 12개월간 해당 국가의 국채를 10억유로 순매수했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존 은행권의 국채 순매수가 부채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강조하고,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ING는 “지난해 말 기준 일본의 GDP 대비 부채 규모가 238%에 달했고, 1994년 이후 절반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최근 수년간 이와 같은 추세가 유로존에서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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