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올해 호텔사업의 글로벌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
해외 면세점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경험을 살려 호텔 역시 수익원 다각화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최근엔 글로벌 평가 기관으로부터 최고 수준의 브랜드로 공인 받으면서 사업 확장에 청신호가 켜졌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호텔 사업부문인 신라호텔은 올해부터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다. 국내에서 다진 경쟁력을 발판 삼아 글로벌 호텔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다. 현재 베트남 다낭과 미국 새너제이에 이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도 위탁 경영을 확정지었다.
◆ 올해부터 해외 진출 본격화하는 신라호텔
신라호텔은 이르면 연내 베트남 다낭에 신규 브랜드 ‘신라 모노그램(Shilla Monogram)’을 선보인다. ‘신라' 브랜드로 해외에 처음 진출하는 사례다.
신라호텔은 지상 9층 건물 총 300여개의 객실에 위탁 경영을 맡는다. 위탁 경영은 건물 소유 회사가 호텔경영 기술을 가진 업체에 운영을 맡기는 방식으로, 신라호텔의 운영 능력과 경쟁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신라호텔은 다낭 진출을 위해 ‘신라 모노그램’이라는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했다. 기존 럭셔리 브랜드 '더 신라'와 비즈니스호텔 '신라스테이' 대신 휴양지 특성에 맞춘 가격대와 풀서비스로 시장 공략에 심혈을 기울였다.
신라 모노그램 베트남 다낭[사진=호텔신라] |
신라호텔은 최근 인도네시아 발리에도 위탁 경영방식으로 신라 모노그램 진출을 확정했다. 이번 건 역시 해외 호텔 투자사로부터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휴양지는 모노그램, 비즈니스 지역은 신라스테이를 앞세워 해외 진출을 가속화한다는 계산이다.
2021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 200여개 객실 규모로 비즈니스호텔 ‘신라스테이’를 여는 등 동남아시아를 넘어 미국·중국 등 10여개 나라에 해외 사업장을 넓혀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호텔신라의 해외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붙인 롯데호텔에 이어 신라호텔까지 해외로 나서면서 토종 호텔 브랜드의 전장이 해외로 확대되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특히 신라호텔의 경우 국내에선 13개의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해외에선 2006년 중국 쑤저우 진지레이크호텔 위탁 운영 경험이 유일하다. 때문에 글로벌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호텔 한류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했다.
그러나 서울신라호텔은 지난달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에서 국내 호텔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5성 호텔로 선정되며 이 같은 우려도 단번에 불식시켰다.
◆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5성 호텔 '날개 단' 호텔신라
‘호텔판 미쉐린 가이드’로 불리는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는 세계 유일의 권위있는 평가기관으로 900여개의 엄격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시설을 평가한다. 올해 5성 등급에 진입한 호텔은 전 세계에서 21곳에 불과하다. 신라호텔 입장에선 해외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이부진 사장의 경영 수완도 기대에 반영됐다. 이 사장은 2013년에 선보인 '신라스테이'를 오픈 3년만에 흑자전환을 일궈내며 경영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 사장이 진두지휘한 해외 면세점 사업도 결실을 맺는데 성공했다. 지난 2013년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을 시작으로 해외에 진출한 신라면세점은 마카오와 홍콩 국제공항과 태국 푸켓, 일본 도쿄 시내면세점 등 해외 사업장을 5개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2016년 5000억원 규모였던 해외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1조원을 돌파하며 불과 2년 만에 두 배로 성장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를 넘어서며 수익 다각화에도 성공했다.
호텔사업도 이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호텔신라 사업에서 호텔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지만, 면세점 사업이 외부 변수에 따라 불확실성 이슈가 지속 발생하는 만큼, 호텔 사업의 비중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해외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수익성 측면에도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전망이다. 위탁 경영 방식은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브랜드와 운영력 등 호텔 경영노하우라는 무형자산을 수출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최고급 호텔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신라호텔이 해외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면서도 “다만 글로벌 호텔 체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은 고무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사진=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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