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창동역 1번 출구 주변 '고가하부 문화예술공방' 조성
보행로·광장 조성됐지만 비둘기 점령...배설물·깃털오염 ‘눈살’
서울교통공사·도봉구청 대책마련 나서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27일 오전 창동역 1번 출구 앞. 광장 바닥 곳곳은 비둘기 배설물로 오염돼있었다. 깃털이 뭉쳐 공중에 떠다녔다. 비둘기들은 고가와 기둥 사이 좁은 공간이 자신들의 보금자리인 듯 끊임없이 오갔다.
시민들은 비둘기들이 날아다닐 때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배설물을 피해 잰걸음을 재촉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역으로 향하던 일부 시민들은 최단거리 보행로를 놔두고 비둘기와 배설물을 피해 돌아가기도 했다.
A(24)씨는 “비둘기 배설물이 가득한 바닥을 걷기 찝찝하고 언제 비둘기 배설물을 머리에 맞을지 몰라 원래 가던 길로 다닌다”면서 “이곳이 시민들을 위한 공간인지 비둘기들을 위한 공간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창동역 주변 상인 B(60)씨는 “얼마 전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옷에 비둘기 배설물을 맞았다”며 “비둘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지역 상권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시민들을 위한 광장과 문화공간을 위해 조성된 서울 도봉구 창동역 주변 공간을 비둘기가 점령하며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철도 시설을 담당하는 서울교통공사와 관할 지자체인 도봉구가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시민 불만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을 조짐이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27일 서울 도봉구 창동역 1번 출구 고가 아래에 비둘기가 날아다니고 있다. 바닥 곳곳이 비둘기 배설물과 깃털 등으로 오염돼있다. 2019.02.27 |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도봉구청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간 서울지하철 1, 4호선 창동역 1번 출구 주변 2399.94㎡ 공간에 ‘고가하부 문화예술공방 조성 신축공사’를 진행했다.
서울시는 총공사비 12억원을 들여 차도 위를 보도블럭으로 포장해 보행로와 광장을 조성하고, 모듈러 건축물 3개를 설치했다. 조성된 광장은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건축물은 ‘창동컬쳐랩(문화실험실)’ 등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시민들의 쾌적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됐던 이곳은 공사가 끝난 지 2개월이 지난 현재 비둘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시설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와 관할 지자체인 도봉구도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고가 밑에 비둘기가 앉지 못하도록 방지망을 설치하기 위해 최근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며 “상반기 안에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봉구청 관계자도 “근본적인 대책은 개체수를 줄여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며 “구청 차원에서 조류기피제를 평소보다 더 많이 설치하고 있으며 시민들이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못하도록 계도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iamky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