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프랑스에 점령 당한 베트남, 현대미술에 프랑스풍 가미
박항서로 베트남에 분 '한국 열풍' 미술 교류로 이어져야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은 한국과 문화교류가 활발한 국가다. 한국과 베트남은 올해로 수교 27주년을 맞았다. 젊은 인구가 많은 베트남에 부는 K팝 열풍은 대단한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이에 못지않게 현대 미술 교류에 대한 전망도 밝다. 일부 미술 관계자들은 한국과 베트남의 미술 교류에 대한 남다른 희망을 갖고 있다.
광주의 나인갤러리는 올해 두 차례 베트남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 ‘부 샹파이 작고 30주년 전시’와 한·베 미술교류협회와 공동 기획한 ‘신짜오, 하노이 아티스트 9인전’이다. 나인갤러리 양승천 관장은 “2006년 베트남 정부로부터 한국과 미술 교류 공로로 우호 훈장을 받은 최창준 한·베미술교류협회장과 전시를 함께 준비했다. 최 회장으로부터 베트남 미술작품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한 영향으로 ‘부 샹파이 작고 30주년’ 전시를 열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부샹파이, 하노이 풍경, 50X60.6cm, 캔버스에 오일 [사진=나인갤러리] |
베트남에서도 한국과 현지 미술을 교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올해 1월 한-베 수교 27주년을 기념하는 한국-베트남 미술 교류전시가 주베트남한국문화원에서 열렸다. 이 전시에서는 양국 자연 환경을 주제로, 두 나라 작가들의 개성이 묻어나는 작품을 선보였다.
국립기관은 베트남 작가를 초청하는 방법으로 미술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 권성아 전시 팀장은 "다양한 아시아 국가와 고르게 교류하고 있으며 베트남 미술기관과 직접 교류는 없었으나, 베트남 미술작가의 초청은 자주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작가와 미술 교류 과정에 대해서는 “작가와 직접 연락하기도 하고 창작 공간, 혹은 베트남 국립미술관과도 소통한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베트남과 미술 교류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 관계자는 “국립현대미술관과 베트남의 미술 기관과 교류한 적은 없다. 하지만 베트남에 좋은 작가가 많은 것은 알고 있다. 특히 딘 큐레는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높은 베트남 작가다. 뉴욕 MoMA에서도 베트남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좋은 작가가 있다는 건 그만큼 인프라가 있다는 것”이라며 “한국과 베트남은 냉전시대를 동시에 경험했다. 그리고 미국과 관계에서도 공유하는 지점이 있을 거다. 베트남과 미술교류를 긍정적으로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희망했다.
LE CONG THANH 레콩타잉, A dreaming woman(1996) [사진=나인갤러리] |
민간에서도 베트남과 미술교류는 환영하는 추세다. 양승천 관장은 향후 베트남 미술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 관장은 “프랑스가 베트남을 점령할 때 인도차이나 학교를 만들었고 거기서 수 백명의 미술 작가를 배출했다”며 “베트남 현대미술의 특징은 전통적 베트남 미술 기법에 유럽의 작법이 합쳐진 거다. 그래서 유럽 사람들은 베트남 미술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더비에서는 아시아 작가로 일본의 야요이 쿠사마, 그리고 베트남의 부 샹 파이 등을 상당히 알아준다”고 덧붙였다.
25년 전부터 베트남과 미술교류를 이어온 한·베 미술협회 최창준 회장은 “최근 10년간 국내 민간단체에서 베트남과 미술교류가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미술국제교류협회에서도 매년 국제교류전을 여는데 베트남 작가도 많이 지원하고 있다. 또 3월 25일부터 한국 작가들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흘 간 베트남 미술교류협회와 전시를 가질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지난해 8월11일 주베트남 한국문화원에서 베트남인과 베트남 내 거주 한인 자녀를 대상으로 진행된 '광복절 기념 역사 강좌 및 에코백 태극기 그리기 체험'. [사진=해외문화홍보원] |
물론 베트남과 미술교류에 있어 애로 사항도 있다. 최 회장은 “여러 베트남 작가를 초청할 때 큰돈이 든다. 그래서 작은 규모로 준비된다. 7년 전 광주시립미술관이 큰 규모로 전시를 했는데 5만~6만달러(약 5600만~6700만원) 들었을 거다. 민간에선 몇 백 만원 정도로 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베트남과 미술교류의 필요성에 대해 최 회장은 “베트남은 한국과 역사, 경제, 문화적으로 많이 연결돼 있다. 그래서 두 나라가 신뢰를 다지는 데 미술 교류가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최근 박항서 감독이 현지에서 활약하면서 베트남에서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런 기회에 문화 교류가 강화된다면 두 나라의 신뢰는 더욱 두터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