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레드', 뮤지컬 '잭더리퍼' 등 흡연 장면 등장
공연장·제작사 합의면 가능…공연법·표현의 자유 '충돌'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1. 조수 켄과 언쟁에 지친 마크 로스코가 담배에 불을 붙인다. -연극 '레드' 중에서
#2. 형사 앤더슨이 보고서를 쓰며 담배에 불을 붙인다. 그는 갑자기 타자기에서 종이를 빼더니 담뱃불로 태워버린다. - 뮤지컬 '잭더리퍼' 중에서
공연을 보다보면 심심찮게 무대 위 배우들이 흡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해 10일 막을 내린 연극 '레드'에서도,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잭더리퍼'에서도 흡연 장면이 등장한다.
연극 '레드' 공연 장면 [사진=신시컴퍼니] |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인 금연정책이 시행된 후 2015년 모든 음식점 등 실내에서의 전면 금연이 실시됐다. 2017년 실내체육시설(당구장, 스크린골프장 등) 금연구역 확대에 이어 새해부터 정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부근 10m까지 금연구역을 추가했다. 그런데 왜 무대 위 흡연은 허용될까.
담배는 캐릭터의 개성을 드러내거나 극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소품으로 활용된다. 앞서 두 공연 외에도 과거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 '클로저' '도둑맞은 책' '슬루스', 뮤지컬 '시카고' '미인' '빌리 엘리어트' '영웅' 등 많은 작품에서 담배와 흡연 장면이 등장했다.
뮤지컬 '시카고' 공연 장면 [사진=신시컴퍼니] |
사실 무대 위에는 실제 담배가 올라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금연초를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많이 등장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경우 진해거담제를 사용했다. 뮤지컬 '미인'은 전자담배를 활용했다. 물론 예외도 있다. 뮤지컬 '시카고'는 담배 브랜드까지 지정된 라이선스 계약상 실제 담배를 태웠다.
흡연 장면은 공연 관람가를 높인다. 제작사 측은 안내문을 통해 공연 중 흡연 장면이 있음을 관객에게 미리 알린다. 한 공연 제작사 관계자는 "유해성이 낮은 금연초를 사용하고, 공연 중 환기에 많은 신경을 쓴다. 안내문에 흡연 장면을 미리 알리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컴플레인은 없었다"고 말했다.
공연장 측 입장도 마찬가지다. 공연 설정상 필요한 장면이기에 뺄 수 없다. 예술의전당은 "무대를 준비할 때 무대기술 스태프와 사전에 협의되면 가능하다. 방염 처리를 하고 위험성을 최대한 낮춘 상태에서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진행한다"고 전했다.
뮤지컬 '미인' 공연 장면 [사진=뉴스핌DB] |
하지만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에는 '객석 300석 이상의 공연장은 시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한다'고 정해져 있다. 사실 연극 '레드'가 공연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의 관람석은 241석(시야제한석 및 휠체어석 포함)으로 해당되지 않지만, 뮤지컬 '잭더리퍼'가 공연되는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은 무려 1184석 규모다.
이와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공연법이 규정돼 있긴 하지만 이는 공연 내용과 무관하게 관객이나 배우, 스태프들에게 관련된다. 공연 내용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