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대장주 아파트' 하락세 2개월째 이어져
"전세대란과 맞물려 재건축 아파트 집값 더 떨어질 것"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9.13 주택시장안정대책 이후 강남4구 재건축 아파트값이 한 달에 1억원씩 빠지고 있다. 전국 랜드마크 아파트 단지를 기준으로 조사한 데이터도 이례적으로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랜드마크 단지 준공 후 5년이 채 되지 않은 신축 아파트는 비교적 낮은 하락폭을 기록했다. 투자수요가 빠지고 실수요자들이 신축 아파트에 몰리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KB 선도아파트 50지수’가 -1.03%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전월에도 -0.71% 떨어졌는데 두 달 연속으로 하락하는 것은 2년 만이다.
KB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국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의 시가총액 변동률을 수치화한 것으로 고가 아파트 및 재건축 아파트가 많이 포함돼 이 같은 하락세가 나왔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정부 정책이 9억원 초과 주택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 지수가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실거래가 데이터도 고가 아파트들의 하락세를 뒷받침한다. 서울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매맷값이 석달 만에 3억5000만원 떨어졌다. 9.13 대책 이전 20억~20억5000만원(5·6·7층)에서 실거래되던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43㎡가 지난 12월 중순께 17억원(2층)에 손바뀜됐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의 전용 84.8㎡도 네 달만에 3억4500만원 떨어졌다. 지난해 9월 초엔 18억~18억3000만원이었던 집값이 지난달 14억8500만~15억8000만원에 거래된 것이다.
반면 신축아파트 하락폭은 재건축 단지보다 작은 편이다. 지난 2016년 준공된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 힐스테이트의 전용 84.9㎡는 지난 9월 11억4000만원에서 지난달 9억8000만원으로 1억6000만원 떨어지는 데 그쳤다.
서울에서 희소성 있는 대형 평형대 아파트는 되레 매맷값이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29.92㎡는 지난해 8월 39억~40억6500만원에 거래되다가 2달 후인 지난해 11월 42억원에 실거래됐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약세장에선 낡은 아파트의 집값 하락이 더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재건축 아파트는 활용도는 떨어지고 최근 전세물량과 맞물려 전세수요까지 줄어들었다”며 “올 하반기 6월부터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변동되면 강남 고가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세 부담이 커져 재건축 시장이 더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수석연구원도 “재건축은 투자수요가 많아 경기민감도가 높은 편”이라며 “최근 재건축 사업승인도 안 되고 있고 재건축 연한을 늘리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어 재건축 시장이 많이 위축됐다”고 말했다. 이어 윤 연구원은 “신축 아파트 수요는 꾸준하기 때문에 신축아파트의 경우 분양가 이하로 집값이 빠지는 일은 드물 것”이라고 덧붙였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