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과 유럽 부동산 시장에서 차이나머니에 이어 석유달러도 도망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자본흐름 규제와 글로벌 금융 여건 등의 요인으로 인해 서방 시장에서 이른바 ‘트로피 빌딩’을 사들이던 중국 투자자들이 대거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유가 하락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와 맞물려 중동 투자자들도 발을 빼고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중동의 서방 상업용 부동산 투자 규모가 3분의 1 이상 줄었다고 보도했다.
부동산 컨설팅기관 JLL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의 미국 및 유럽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58억달러(약 6조5337억원)로 2017년의 91억달러에서 36% 급감했다. 이는 10년 만에 가장 가파르게 감소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악화된 것이다.
아부다비와 카타르의 국부펀드들은 수십년 동안 서방에서 상업용 부동산을 대거 사들였다. 카타르는 영국 런던 소재 그로스브너 하우스 어 JW 메리어트 호텔을, 아부다비는 런던 소재 버클리 광장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 2009년 38억달러 수준이던 중동의 서방 부동산 투자 규모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수준까지 상승한 궤도와 맞물려 2013년에는 137억달러까지 증가했다. 이후 3년 간 연간 120억달러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7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투자 규모가 급감한 것은 유가 급락의 여파가 국부펀드 등 주요 투자자들에게 전달된 영향이라고 FT는 설명했다. JLL은 “유가 하락과 투자 감소 간에는 2년 정도의 시간 차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석유달러가 주로 향한 곳은 런던이었는데, 브렉시트로 런던의 위상이 불확실해진 것도 엑소더스를 부추겼다.
영국은 중동국들 유럽 투자의 41%를 차지하고 이 중 런던이 40%를 차지한다. 유럽 투자 중에서는 영국 다음으로 독일과 네덜란드가 많다.
지난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파운드 가치가 하락하면서 외국 투자자들에게 영국 부동산 가격이 내려간 셈이지만, 중동의 기관 투자자들은 이미 시장 최고가 수준인 영국 부동산 투자를 꺼리고 있다.
영국 상업용 부동산 가치는 2016년 2.4% 하락한 후 이듬해 소폭 회복했다.
미국 맨해튼 스카이라인[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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