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벼랑 끝 위기에 몰린 베네수엘라가 이른바 ‘머니 프린팅’에 나섰다.
최근 광의의 통화(M2) 공급량이 대폭 늘어난 것. 하지만 이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겨 오히려 경제 위기를 악화시킬 뿐이라는 지적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 [사진=로이터 뉴스핌] |
5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한 주 사이 M2 공급이 무려 31%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7년 이후 최대폭의 증가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사면초과의 마두로 정권이 유동성을 찍어내는 방법으로 비상 대응에 나선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극심한 불황을 진화하기 위해 베네수엘라는 이미 수 차례에 걸쳐 머니 프린팅을 강행했지만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을 부채질해 국민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했다.
최근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 상승률은 1천만 퍼센트에 달했다. 베네수엘라 통화 볼리바르가 휴지 조각이나 다름 없다는 얘기다.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로 인해 베네수엘라의 돈줄에 해당하는 석유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
이날 미국 투자 매체 배런스는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이 이미 제재를 빌미로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업체와 거래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연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과격 시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베네수엘라의 실물경기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슈퍼마켓의 진열대에는 이미 턴 빈 지 오래다. 음식료를 포함한 각종 생필품을 구하는 일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고, 의약품 부족으로 환자들은 생명을 잃는 실정이다.
카라카스에 거주하는 아우리스텔라 도나와(67세) 씨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다”며 “정부에서 지급하는 설탕과 파스타, 전지 분유로 겨우 연명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루데스 세데뇨(41세) 씨는 “아들이 백혈병에 걸렸지만 병원에서 혈액 검사조차 제대로 해주지 못한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에 이어 유럽 주요국들이 연이어 후안 과이도 야당 지도자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지만 정권 교체가 이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