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정부가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 핵전력(INF) 조약에서 결국 탈퇴하기로 했다. 냉전 시대의 종료로 이어진 역사적인 INF 조약에서 미국이 탈퇴하면서 일부에서는 전 세계 군비 경쟁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사진=로이터 뉴스핌] |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러시아는 실질적이고 입증 가능한 이행으로 돌아오기 위한 어떤 절차를 밟은 것도 거부했다”면서 “우리는 러시아와 다른 조약 가입국에 미국이 6개월 후 INF 조약에서 탈퇴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통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러시아가 6개월 안에 INF 조약을 위반하는 미사일과 발사대, 관련 장비들을 확인할 수 있게 폐기함으로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이행으로 복귀하지 않는다면 이 조약은 종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87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서명한 INF 조약에 따르면 조약에 참여한 당사국은 사정거리 300~3400마일(480~5500㎞)의 지상 발사 및 크루즈 미사일을 생산·실험·보유할 수 없다. INF 조약의 체결은 미·소 냉전 시대를 종식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됐다.
미국은 러시아의 ‘노바토르 9M729’ 크루즈 미사일이 INF 조약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해당 미사일이 조약에서 정한 범위 밖이며 미국이 새로운 미사일 개발을 위해 조약을 탈퇴하려고 러시아를 거짓 구실로 악용한다고 주장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이 해당 사안을 논의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러시아가 INF 조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탈퇴 의사를 시사한 이후 양측은 이 문제를 두고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는 결국 러시아의 이행 여부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표 몇 시간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성명을 통해 미국의 INF 조약 탈퇴 통보를 완전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러시아가 조약을 어긴 것은 분명하다”면서 “중요한 것은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INF 조약의 붕괴가 다른 군축 협정의 효력을 약화하며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설계된 체계의 침식에 속도를 붙일 것을 우려한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INF 조약 탈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밥 메넨데스(민주·뉴저지) 상원 외교위원회 간사는 “오늘 탈퇴는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에 주는 전략 지정학적 선물”이라면서 트럼프 정부가 군축 제한 조약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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