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 “성적자기결정권 현저히 침해” 질책
권리 특성상 규명 어려워...처벌 요구 엄격히 봐야
남용 여부부터 찬성과 반대 의견은 여전히 ‘팽팽’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상·하 지위관계를 이용해 정무비서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항소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자, ‘성적자기결정권’이 판결을 뒤집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적자기결정권은 자신이 원하는 성생활을 스스로 결정하고 이에 동의하는 다른 사람과 함께 할수 있도록 결정할 권리를 의미한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사람과의 성관계를 거부할 자유에 관한 권리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해 5월 9일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1일 오후 안 전 지사의 간음 및 강제추행 등 혐의 선고공판을 열어 징역 3년 6개월에 40시간 성폭력 치료·5년간 취업제한을 선고했다.
지난해 1심 재판부인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가 안 전 지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판결을 항소심 재판부가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강제추행 등 공소사실 10개 중 9개를 인정했다. “정무비서 피해자를 의사에 반해 업무상 위력으로 4차례 간음, 1차례 추행, 4차례 강제추행. 피고인은 피해자가 신분상 특징, 도지사 비서라는 관계로 인해 피고인 지시에 순종하고, 내부적 사정 드러낼 수 없는 취약 상황 이용해 범행 저질러 성적자기결정권 현저히 침해했다”고 질책했다.
안 전 지사 실형 선고에 여성계와 법조계 등에서는 성적자기결정권을 존중한 판결이라면서도, 성적자기결정권 특성상, 규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피해자의 성범죄 처벌 요구를 보다 엄격하게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자가 이를 앞세워 악용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게 아니냐는 게 일각의 시각. 성적자기결정권이 남용될 수 있는지 여부부터 찬성과 반대 의견은 여전히 팽팽해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부의 결정마다 ‘미투(MeToo, 나도 당했다는 의미)’ 운동 등 여성 운동을 위축과 확산이 반복될 것”이라며 “(성적자기결정권 관련) 현행법의 한계가 있는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미투 열풍 속에서 남성들의 무고죄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며 “반대 작용으로 피해자에 대한 ‘성적자기결정권 남용’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