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1일 안 지사 간음 및 강제추행 등 선고
징역 3년 6개월에 40시간 성폭력 치료·5년간 취업제한
대법원 ‘업무상 위력 존재=행사’ 판례 재확인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자신의 수행비서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54) 전 충남지사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면서, ‘업무상 위력 존재=행사’라는 대법원 판례를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대법원은 업무상 위력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행사되는 것으로 판단한 가운데, 특히 즉흥적이거나 순간적인 상황에서 위력이 행사된다는 점을 주목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1일 오후 안 지사의 간음 및 강제추행 등 혐의 선고공판을 열어 징역 3년 6개월에 40시간 성폭력 치료·5년간 취업제한을 선고했다.
지난해 1심 재판부인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가 안 전 지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힌 것이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강제추행 등 공소사실 10개 중 9개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별정직 6급 상당 비서관으로서 2010년 7월부터 민선 5, 6기 충남도지사로 근무하는 피고인의 인사명령을 받았다”며 “업무관계로 인한 보호 또는 감독받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실형 선고에 따라 안 전 지사는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되게 됐다.
1998년 대법원(97도2506 판결)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 대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폭행·협박 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위력 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받고 호송차에 탑승하고 있다. 2019.02.01 pangbin@newspim.com |
당시 재판부는 유치원 원장인 피고인이 교사 채용 과정에서 피해자를 자기 차량에 태우고 가다가 은밀한 장소에 이르러 강제로 키스를 하든가, 유치원 내 다른 사람이 없는 틈을 이용해 피해자의 허리를 양손으로 잡아 올리는 등 행위에 대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로 봤다.
그러면서 “이 경우에 있어서 위력은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라며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 관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위력 존재 자체가 행사될 수 있는 권한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다만, 추행 행위 해당 여부에 대해선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또 2005년 대법원(2003도7107 판결)은 병원 응급실에서 당직 근무를 하던 의사가 가벼운 교통사고로 인해 비교적 경미한 상처를 입고 입원한 여성 환자들의 바지와 속옷을 내리고 특정 부위를 진료 행위로 가장, 수회 누른 행위에 대해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봤다.
당시 재판부는 “가벼운 교통사고로 인해 비교적 경미한 상처를 입고 입원한 피해자들을 새벽 2시에 깨워가면서까지 진료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데다, 간호사도 대동하지 아니하고 진료차트도 소지하지 않았던 점,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만진 근처는 피해자들이 부상 당한 부위와 무관하다”고 했다.
위력에 대해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상황에서 인정하고 있는 반면, 남녀 관계가 지속됐다면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1심에서 안 전 지사와 피해자를 남녀 관계에 더 비중을 두고 봤다면, 항소심에서는 위력에 따른 판결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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